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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여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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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4'에 해당되는 글 1

  1. 2014.01.14 니미 난키치『장수풍뎅이』
2014. 1. 14. 14:06 일본동화

かぶと虫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121/files/45084_42628.html


* 대화의 미카와 방언은 서북 방언을 차용하였습니다.



꽃밭에서 큰 벌레가 한 마리, 붕하고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몸이 무거운지, 천천히 날아올랐어요.

땅에서 일 미터 가량 뜨자 옆으로 날기 시작했어요.

역시 몸이 무거워 천천히 날아가요. 마구간 구석 쪽으로 느릿느릿 날아가요.

보고 있던 작은 다로(太郎)는 마루에서 뛰어내렸어요. 그리고 맨발로 체를 들고 쫓아 갔어요.

마구간 구석을 지나고 꽃밭에서 보리밭으로 올라가, 풀이 난 턱 위에서 벌레를 덮었어요.

잡고 보니 장수풍뎅이였어요.

"야, 장수풍뎅이다. 장수풍뎅이 잡았다."

하고 작은 다로는 말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어요. 작은 다로는 형제가 없이 혼자였기 때문이었어요. 혼자는 이럴 때 너무 재미가 없는 거 같아요.

작은 다로는 마루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할머니한테

"클마니, 장수풍뎅이 잡았어."

하고 보여줬어요.

마루에 앉아 말뚝잠을 자던 할머니는 눈을 떠 장수풍뎅이를 보고는,

"음, 게 아딘."

하고 말하고 다시 눈을 감았어요.

"아니야, 장수풍뎅이야."

하고 작은 다로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지만 할머니한테는 장수풍뎅이든 게든 상관이 없어서 흥흥, 중얼중얼하고는 다시 눈을 뜨려고 하지 않았어요.

작은 다로는 할머니 무릎에서 바늘밥을 들어 장수풍뎅이의 뒷다리를 묶었어요. 그리고 마루 위를 걷게 했어요.

장수풍뎅이는 소처럼 비척비척 걸었어요. 작은 다로가 실 끝을 누르자 파닥파닥 마루를 긁었어요.

잠시 그렇게 하던 작은 다로는 재미가 없어졌어요. 분명히 장수풍뎅이를 가지고 재미있게 노는 법이 있어요. 누군가 분명히 그걸 알아요.



그래서 작은 다로는 큰 머리에 밀짚모자를 쓴 다음 장수풍뎅이를 실 끝에 묶고 대문을 나섰어요.

낮이라 몹시 조용해서 어디선가 멍석을 터는 소리뿐이었어요.

작은 다로는 제일 먼저 제일 가까운 뽕밭 한가운데 있는 긴페이(金平)의 집에 갔어요. 긴페이의 집에서는 칠면조를 두 마리 기르고 있어서 가끔 마당에 나오고는 했어요. 작은 다로는 그게 무서워서 마당에는 들어가지 않고 산울타리 바깥쪽에서 안쪽을 들여다 보며,

"긴페이, 긴페이."

하고 작은 목소리로 불렀어요. 긴페이만 들으면 되니 그랬어요. 칠면조한테는 들리지 않았으면 했어요.

긴페이한테 잘 들리지 않았는지 작은 다로는 몇 번이나 불러야 했어요.

"긴페이는 말이디."

하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긴페이 아버지는 졸린 목소리였어요.

"긴페이는 어젯밤부터 배가 아프다고 해서 잔다. 오널은 같이 못 놀갓다."

"흐음."

하고 들리지 않을 정도로 희미하게 콧속으로 말하고 작은 다로는 산울타리에서 벗어났어요.

조금 실망이었어요.

그래도 다시 내일이 돼서 긴페이 배가 나으면 같이 놀 수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작은 다로는 이번에는 한 학년 위인 교이치(恭一) 형 집에 가기로 했어요.

교이치 형네는 작은 농가였지만 주변에 소나무, 동백나무, 감나무, 칠엽수 같은 나무가 잔뜩 있었어요. 교이치 형은 나무 오르기를 잘 하는 까닭에 자주 나무 위에서, 모르고 아래에 지나고 있는 작은 다로 머리 위로 동백나무 열매를 떨어뜨려 놀라게 하곤 했어요.

또 나무에 오르지 않을 때도 교이치 형은 흔히 그늘진 곳이나 뒤에서 으악하고 소리를 질러 놀라게 했어요. 그래서 작은 다로는 교이치 형네 갈 때마다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상하좌우, 뒤까지 조심하면서 슬금슬금 걸어갔어요.

그런데 오늘은 교이치 형은 나무에 올라가지 않았어요. 어디서도 으악 소리 지르며 나타나지 않았어요.

"교이치는 말이야."

하고 닭모이를 주러 나왔던 아주머니가 일러주었어요.

"좀 일이 있어서 어제 미카와(三河)에 있는 친척네 맡겼단다."

"흐음."

하고 작은 다로는 들릴지 안 들릴지 모를 정도 콧속으로 말했어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이좋았던 교이치 형을 바다 저편에 있는 미카와 마을로 보내버렸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 안 오가시오?"

하고 서둘러서 작은 다로는 물었어요.

"그야 언젠가 오갓지."

"언제?"

"우분재나 설날에는 오갓지."

"진짜디요, 아주마이. 진짜 설에는 돌아오는 거디요."

작은 다로는 희망을 잃지 않았어요. 우분재에는 다시 교이치 형하고 놀 수 있어요. 설날에도.



장수풍뎅이를 든 작은 다로는 이번에는 좁은 비탈길을 올라 큰길로 나갔어요.

수레 목수 아저씨 집은 큰길가에 있었어요. 그 집 야스오(安雄) 형은 벌써 중학교에 다닐 만큼 컸어요. 그래도 언제나 작은 다로의 좋은 친구였어요. 땅따먹기 할 때도 숨바꼭질할 때도 같이 놀았어요. 야스오 형는 작은 아이들 사이에서는 각별히 존경받고 있었어요. 아무 나뭇잎이나 풀잎도 야스오의 손으로 둘둘 말아서 입에 물면 삐익하고 울려서였어요. 또 야스오 형는 아무리 보잘것없는 물건이라도 슬쩍 만져서 재밌는 장난감으로 만들 수 있어서였어요.

수레 목수 아저씨 집에 가깝게 갈수록 작은 다로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어요. 야스오 형이 장수풍뎅이로 어떤 재밌는 놀이를 생각해낼까 하고 기대해서였어요.

작은 다로 턱 높이에 있는 미닫이문에 목을 올려 작업장 안을 들여다 보자 야스오 형이 있었어요. 아저씨와 둘이서 작업장 구석에 있는 숫돌에 대패날을 갈고 있었어요. 자세히 보자 오늘은 작업복도 차려입고 검은 앞치마까지 하고 있었어요.

"그런 식으로 힘을 주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못 알아듣는 놈이네."

하고 아저씨가 잔소리를 했어요. 야스오는 칼 가는 법을 아저씨한테 배우는 것 같았어요. 얼굴이 시뻘게져서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작은 다로가 있는 쪽을 아무리 기다려도 봐주지 않았어요.

결국 작은 다로는 기다리다 지쳐,

"야스오 형, 야스오 형"

하고 작은 목소리로 불렀어요. 야스오 형만 들으면 됐어요.

하지만 이렇게 좁은 곳에서 그럴 수는 없었어요. 아저씨가 듣고는 꾸짖었어요. 아저씨는 평소에는 애들 군소리도 잘 들어주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오늘은 왠지 다른 일로 짜증이 났는지 굵은 눈썹을 실룩실룩하면서,

"우리 야스오는 이제 오널부터 어른이라 애들 놀이에 못 끼갓다. 애들은 애들하고 놀아라."

하고 내치듯이 말했어요.

그러자 야스오 형이 작은 다로 쪽을 보고 할 수 없다는 듯 슬며시 웃었어요. 그리고 다시 자기 앞으로 눈을 돌려 열중했어요.

벌레가 가지에서 떨어지 듯 힘없이 작은 다로는 문에서 떨어졌어요.

그리고 흐느적흐느적 걸어갔어요.



작은 다로의 가슴에 깊은 슬픔이 북받쳐 올랐어요.

야스오 형은 이제 작은 다로의 옆에는 돌아오지 않는 거예요. 더 이상 같이 못 놀아요. 배가 아프면 다음 날이 되면 나아요. 미카와에 가도 언젠가는 돌아오겠지요. 하지만 어른의 세계에 간 사람은 이제 어린이의 세계에는 돌아오지 않아요.

야스오 형은 먼 곳에 가는 게 아니에요. 같은 마을 바로 근처에 있어요. 하지만 오늘부터 야스오 형과 작은 다로는 다른 세계에 있어요. 같이 놀 수 없는 거예요.

작은 다로의 가슴에 슬픔이 하늘과 같이 넓고 깊이 공허하게 퍼졌어요.

어떤 슬픔은 울어서 지울 수가 있어요.

하지만 또 어떤 슬픔은 없어지지 않아요. 울든 어쩌든 지워지지 않아요. 지금 작은 다로의 가슴에 퍼지는 슬픔은 없어지지 않는 슬픔이에요.

그래서 작은 다로는 서산 위에 홀로 멍하니 떠있는 붉은 테의 구름을 눈부신 듯 눈썹을 조금 찌푸리며 오랫동안 지켜볼 뿐이었어요. 장수풍뎅이가 어느샌가 손가락을 빠져 나와 도망친 것도 모른 채――.


posted by 일각여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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