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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3. 7. 10:58 일본동화

島の暮れ方の話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1475/files/51096_52790.html


* 1차 수정 : 마지막 문장에 크지 않은 집이 아니라 거미줄이었습니다. 놓쳐서 수정합니다.


남방의 따뜻한 섬이었습니다. 그곳은 겨울도 이름만으로 언제나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어느 초봄의 해질녘이었습니다. 나그네 하나가 길을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이 근처는 처음인 듯 오른쪽 왼쪽 살피며 자기가 가는 마을을 찾았습니다.

이 나그네는 이곳에 오기까지 먼 길을 걸어왔습니다. 배에도 타야 했습니다. 먼 나라에서 이 섬에 사는 친척을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나그네는 길가에 수선화가 꿈처럼 피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 산에 새빨간 동백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근처는 들판과 언덕으로 인가라 할만 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따뜻한 바람이 바다 쪽에서 불어왔습니다. 그 바람은 꽃향기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해는 점점 서산 끄트머리로 저물어 갔습니다.

“이제 해가 저물어 가는데 어느 길로 가야 내가 가려는 마을에 닿을 수 있을까.” 하고 나그네는 멈춰 서서 생각했습니다.

어디든 이 근처에 물어볼 집이 없을까 또 잠시 동안 오른쪽 왼쪽 살피며 걸었습니다. 그저 파도가 바위를 때리고 부서지는 소리만이 조용한 밤하늘 아래 희미하게 들려올 뿐입니다.

그때 우연히 나그네는 초가집 한 채를 발견했습니다. 그 지붕은 다갈색이었습니다. 그가 집 쪽을 향해 다가가자 초라한 집이라 울타리도 망가지고 사람 손길이 닿은 흔적 또한 없었습니다. 그는 누군가 이 집에 살고 있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점점 다가가며 나그네는 두 번 놀랐습니다. 매우 아름다운,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만큼 젊은 여자가 그 집 문 앞에 쓸쓸히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여자는 긴 머리를 어깨에서 뒤쪽으로 늘어뜨리고 있었습니다. 이는 촘촘하면서 깨끗하고, 눈은 비쳐 보일 듯 투명하고, 입술은 꽃처럼 곱고, 이마는 하얬습니다.

나그네는 왜 이런 섬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살고 있는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또 이런 섬이라서 이런 아름다운 여자가 살고 있는 것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나그네는 여자 앞으로 가서,

“신사가 있는 마을로 가려고 합니다만 어떤 길로 가면 되겠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여자는 상냥하게 쓸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당신은 나그네시네요.” 하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고 나그네는 대답했습니다.

여자는 조금 망설이는 듯하더니,

“저도 어차피 저쪽으로 가니까 같이 가드리지요.” 하고 말했습니다.

나그네는 “그럼 부탁드립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둘이 길을 걸어나서는 때 나그네가 여자를 돌아보며,

“저 집에 사시나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여자는 다정한 목소리로,

“아니요, 어째서 저게 제 집인가요? 오늘 제 두 아이들이 놀러나가고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마중 나온 거예요. 그런데 저 집 덧문에 작년에 사라진 여동생 기모노 비슷한 게 걸려 있어서 그만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었던 거랍니다.” 하고 여자는 대답했다.

나그네는 이상한 말을 들어 놀란 나머지 아름다운 여자의 옆얼굴을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마침 그 순간 저 편에서,

“엄마!”

“엄마!”

하고 외치며 두 아이들이 뛰어왔습니다. 여자는 기뻐하며 두 아이를 가슴에 안았습니다.

“저희는 여기서 헤어지겠습니다. 이 길을 똑바로 가시면 금방 신사가 있는 마을이 나옵니다.” 하고 여자는 나그네에게 길을 알려주고는, 꽃이 핀 좁은 길을 두 아이와 함께 쓸쓸하게 파도 소리가 들리는 산기슭 쪽을 향해 갔습니다.

나그네는 그와 반대편의 산에 닿아 점점 더 깊숙하게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산에는 벌써 귤이 열려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해가 떨어졌을 시간에야 가고자 했던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밤, 등불 밑에서 나그네는 친척들과 그날 이상했던 아름다운 여자를 본 것과 그 여자는 쓸쓸하게 반대쪽 산기슭으로 풀숲을 헤치며 간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한 친척이 놀란 얼굴을 하며,

“그쪽에는 인가가 없을 텐데.” 하고 말했습니다.

나그네는 역시 “여동생의 기모노와 아주 닮은 기모노가 덧문에 걸려있었다. 그 여동생은 작년 행방불명이 되었다.” 는 여자의 말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나그네는 친척과 함께 어제 여자가 서 있었던 곳까지 같이 가보기로 했습니다.

남쪽 섬의 기후는 따뜻하고 하늘은 신비로웠습니다. 꿀벌은 꽃에 모여 있었습니다. 나그네가 어제 해질녘 보았던 초가집까지 가자 그 집은 완전 폐가로,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덧문을 바라보자 아름다운 나비의 날개가 커다란 거미줄에 걸려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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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각여삼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