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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여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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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20. 22:30 일본괴담

黄金の枕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154/files/1617_13101.html


신도탁(辛道度)은 방랑길을 계속하고 있었다. 옷은 얇고 호주머니는 비어, 먹을 것을 주는 동정심 많은 사람이 없을 때는 물로 굶주림을 견디고, 잠자리 빌릴 곳이 없으면 나뭇잎을 깔고 노숙했다. 그렇게 궁핍한 삶이었지만 그는 결코 속상해하지 않았다. 그의 앞에는 화려한 옷을 입은 행복이 보였다. 요컨대 그는 젊었다.

옹주성(雍州城) 서문에서 오 리 정도 북쪽으로 갔다. 울적한 저녁이었다. 도탁은 그날도 아침부터 물 외에 아무 것도 입에 대지 못해 뭔가 줄 것 같은 부잣집을 찾아 걸었다. 밭 가운데나 숲 그늘에 닿자 민가 지붕이 조금씩 보였지만 들어가 볼만한 집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일을 매일 같이 겪은 그는 그다지 당황하지도 않고 비관하지도 않았다. 조만간 어딘가 좋은 곳을 찾겠지 하는 마음에 태연한 얼굴로 느릿느릿 걸었다.

작은 시내의 흙다리를 건너고 단풍이 든 대지 아래쪽을 돌자 저택 구조의 큰 건물이 보였다.

“겨우 좋은 곳을 찾았군.”

도탁은 그 문 쪽으로 갔다. 출입구에 하녀 같은 여자가 서 있었다. 마치 그가 오는 걸 기다린 것처럼.

도탁은 여자 앞으로 갔다. 여자는 그리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는 농서(隴西)의 서생, 도탁이란 사람입니다만 돈이 떨어져 식사에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주인께 식사를 하게 해주십사 부탁 드리고 싶습니다만 여쭤봐 주실 수 없으실지요.”

“아, 식사를. 그럼 잠시 기다려 주세요. 가져다 드릴 테니.”

여자는 선선히 말하고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도탁은 돌에 걸터앉아 기다렸다.

이윽고 여자가 되돌아왔다.

“그렇다고 하시면 오늘 밤 묵고 가셔도 좋다고 말씀하셨으니, 들어오시지요. 여기 주인은 마님이세요.”

도탁은 감사 인사를 하며 그 뒤를 쫓아 집 안으로 들어갔다. 빨갛게 칠한 기둥, 녹색의 벽 등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주인님께서는 여기 계셔요.”

여자는 문을 열었다. 도탁은 멋쩍어 주저주저하며 들어갔다.

방 한가운데에는 호리호리한 몸에 예쁘게 차려 입은 여자가 걸상에 앉아있었다. 방 구석구석에는 운모로 된 칸막이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도탁은 멀리서 인사했다.

“이 분이 방금 부탁 드렸던 서생 님이세요.”

여자는 이렇게 주부에게 소개했다.

“자, 들어오세요. 이 집에는 저 혼자 있으니 편하게 계셔도 됩니다. 거기에 앉아 주세요. 곧 뭔가 만들어 오게 할 테니.”

주부는 잠시 허리를 들어 자기 앞 바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 저는 농서에서 온 사람으로, 신도탁이라고 합니다. 유학하고 있습니다만 노자가 부족해 여러분께 폐를 끼치고 있습니다. 갑자기 찾아와 죄송합니다.”

도탁은 눈부신 듯한 얼굴로 섰다.

“그건 이미 이 아이한테 들어 알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며 주부는 여자 쪽을 힐끗 봤다.

“자, 거기에 앉아 주세요.”

도탁은 겨우 주부 앞에 가 앉았다. 그걸 본 여자는 나갔다.

“저도 혼자라, 쓸쓸해하던 참이었어요. 귀찮으시더라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도탁은 숨이 막힐 듯한 기분이 들어 얼굴을 똑바로 들지 못했지만 차츰 편안해졌다. 주부는 비쳐 보일 듯 새하얀 얼굴에 어렴풋이 볼연지를 발랐다.

“그렇게 돌아 다니시니 재미있는 일도 있겠지요.”

예쁜 주부는 조금의 격의도 없이 도탁의 말상대를 해주었다. 부드러운 부인의 말이 젊은 남자의 귀에 기분 좋게 울렸다.

“저처럼 불행한 사람은 또 없을 거예요.”

주부는 이런 말도 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때 여자 둘이 상을 들고 왔다. 주부는 방 동쪽에 있는 탁자 위에 그걸 놓았다.

“변변치 않지만 들어 주세요.”

주부는 그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도탁은 친척집 식탁에 앉은 것처럼 사양 않고 그곳에 앉았다. 향기 좋은 술도 딸려 있었다.

도탁은 술을 마시고 고기를 뜯었다. 두 여자가 옆에서 시중을 들었다. 여자의 얼굴에는 미소가 감돌았다. 도탁은 이제 완전 유유자적해서 타고난 남자다움을 보여주었다.

도탁은 주부와 나란히 앉았다. 등잔 빛이 방 안을 붉게 물들였다. 도탁은 넋을 잃었다.

“그대는 저를 어떤 사람으로 보시나요?”

도탁은 주부의 태생은 어찌되든 상관없었다.

“저는 아직 그대가 어떤 분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일이 없습니다.”

“저는 진(秦) 민 왕(閔王)의 딸로 이 조(曹)나라에 오게 된 후 이십삼 년간 혼자서 지낸 자예요.”

도탁은 그런 귀족과 동석하는 것을 명예롭게 여겼다.

“그대가 싫지 않다면 부부가 되어주세요.”

“그렇지만 그대는 고귀한 신분이 아닙니까?”

주부의 아름다운 몸이 도탁에게 기댔다.

주부와 도탁은 푸른 장막 그늘이 된 침상 위에 나란히 있었다.

“이렇게 당신과 삼일 밤낮 있었지만 이 이상 같이 있으면 재앙이 닥쳐요. 이제 부디 돌아가 주세요.”

주부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별에 대한 저의 진심을 보여드리기 위해 드릴 물건이 있어요.”

주부는 침상 뒤 작은 상자에 손을 넣어 그 안에서 황금 베개를 꺼냈다.

“이걸 드릴게요. 가져가 주세요.”

이렇게 말한 주부는 다시 울었다.

도탁은 처음에 신세를 진 여자의 배웅을 받아 문을 나섰다. 열 발자국 걷더니 뒤로 돌았다. 저택이 사라지고, 가시나무가 무성한 고분(古塚)이 있었다. 도탁은 놀라 허둥지둥 뛰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달리다 정신이 들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황금 베개는 여전히 있었다.

도탁은 진 나라에 갔다. 궁핍한 끝에 그는 황금 베개를 팔아 돈을 얻고자 했다. 도탁은 시장 쪽으로 걸어갔다. 시장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교역을 하고 있었다. 도탁은 돈이 있을 법한 사람을 찾아 그 베개를 꺼내 보였다.

“이걸 사주지 않겠는가.”

가난한 서생이 가지고 있기에 어울리지 않는 황금 베개였다. 몇 명에게 보여도 사고자 하는 이가 없었다.

“이걸 사지 않겠는가. 싸게 팔아도 좋네.”

도탁은 다시 지나가다 만난 남자에게 그 베개를 보였다.

소가 끄는 아름다운 마차가 반대편에서 왔다. 마차 주위에는 남자, 여자 수행원이 붙어 있었다. 마차에는 진의 왕비가 타고 있었다. 왕비는 도탁이 손에 든 황금 베개를 살펴 보았다.

“저 베개를 가진 남자를 이곳으로 부르도록.”

수행원 하나가 도탁 옆으로 왔다.

“황후 님의 부르심이다, 이쪽으로 오도록.”

도탁은 수행을 따라 마차 옆에 갔다. 마차는 서 있었다.

“그 베개를 이쪽으로.”

수행원이 도탁의 손에서 베개를 들어 마차 창문가에 내밀었다. 베개는 왕비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 베개를 어떻게 해서 그대가 가진 것이냐.”

도탁은 땅바닥에 머리를 대고 베개를 손에 넣은 경위를 말했다. 말하는 동안 왕비는 울기 시작했다.

“이건 확실히 내 딸이 갖고 있던 것이다. 그럼 여자에게서 받은 것이냐.”

왕비는 하염없이 울었다.

도탁은 왕비의 마차를 따라 진 왕궁에 갔다. 왕궁에서는 도탁의 말에 의심을 품고 사람을 시켜 무덤을 파헤쳐 관을 열어 조사하게 했다. 이십삼 년 지난 여자의 시체는 썩지도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시체와 함께 넣은 물건을 대조했다. 다른 물건은 전부 그대로였지만 황금 베개만 없었다.

다음으로 죽은 이의 몸을 조사했다. 거기에는 마치 정교한듯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진 왕비는 도탁의 사정을 양해했다.

“이 사람이야 말로 진실된 사위다. 딸 또한 신이다. 죽고 이십삼 년이나 지나 산 인간과 교제하고 있었다.”

그래서 왕비는 도탁을 부마도위(駙馬都尉)로 삼아 금과 비단, 거마를 내리고 본국인 농서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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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15. 22:51 일본괴담

狸と俳人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154/files/42276_16444.html


안에이(安永) 연간(年間)의 일이다. 이세타이뵤(伊勢大廟)[각주:1]의 나이구료(内宮領)에서 게쿠료(外宮領)에 이르는 뒷길에 감으로 유명한 렌다이지(蓮台寺)라고 하는 마을이 있었는데, 사와다 쇼조(澤田庄造)라는 사람이 그곳에 살았다.

쇼조는 다른 이름은 나가요(永世), 호는 로쿠메이(鹿鳴)라고 하였는데 와카(和歌)와 하이쿠(俳句)에 능했다. 특히 하이쿠는 그 무렵 꽤 유명해서 같은 길을 걷는 사람 사이에서는 별난 구석이 있는 하이쿠 시인으로 통했다.

쇼조는 번잡을 싫어해 장가도 들지 않고 때때로 찾아오는 시우(詩友) 외에는 이렇다 할 교제도 없이 혼자 방에 칩거하며 시를 짓는 것만을 즐겼다.

어느 늦가을 저녁의 일이었다. 평소처럼 떫은 차(渋茶)를 홀짝거리며 시 짓기에 골몰하던 쇼조가 문득 돌아보니 창문 창호지에 이상한 그림자가 비쳤다. 쇼조는 수상쩍게 여겨 통로와 창문의 창호지에 손을 댔다가 누군가 있으면 창피해 할 것 같아 손을 떼고 뜰 앞으로 돌아나가 창밖을 보았다. 창밖에는 늙은 너구리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는데 너구리는 쇼조의 모습을 보고도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기쁜 듯이 꼬리를 흔들었다. 쇼조는 흥미롭다고 생각해 집에서 먹을 것을 가지고 와 던져 주었다. 그러자 너구리는 그걸 맛있게 먹고는 가버렸다.

그 다음 날 저녁에 쇼조가 책을 읽고 있자 또 창밖에 너구리가 와서는 웅크렸다. 쇼조가 또 먹을 것을 들고 나와 너구리 머리를 쓰다듬자 너구리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너구리는 그 다음 날 밤에도 왔다. 기다리던 쇼조는 손님방으로 불러들였다. 너구리는 처음 접하는 문에 주저하는 모습이었지만 얼마 안 있어 꼬리를 흔들며 들어왔다. 그리고 책을 읽는 쇼조 옆에 앉아 혼자서 잠시 놀다 쓸쓸한 듯이 돌아갔다.

그로부터 너구리는 매일 밤 같이 찾아왔다. 쇼조는 쓸쓸히 홀로 생활하던 자신에게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아 기뻤다. 너구리는 쇼조를 잘 따라 돌아가라고 할 때까지 놀다 가게 되었다.

어느 날 밤 평소와 같이 쇼조 옆에서 노는 사이 집 밖에 큰 눈이 내렸다. 쇼조는 눈이 쌓인 걸 보고는 너구리를 내보내는 게 불쌍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너구리 머리를 쓰다듬으며,

"음, 너구리 공(公), 오늘 밤은 눈이 오니 쉬었다 가게나."

하고 말하자 너구리도 꼬리는 흔들며 기뻐했다. 그날 밤 너구리는 쇼조 이불 속에 들어와 잤는데, 그로부터 너구리는 쇼조의 허락 하에 자고 가게 되었다.

쇼조가 너구리를 귀여워한다는 소문이 이윽고 마을에 퍼졌다. 마을 사람은 가끔 동틀 녘쯤에 쇼조의 집에서 나오는 너구리 모습을 보기도 했지만 서로 조심해 해를 끼치는 일은 없었다. 마을 아이들도,

"선생님 너구리를 괴롭히면 안 돼."

하고 말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쇼조가 병에 걸렸다. 처음에는 가벼운 감기였지만 그게 악화되어 중태에 빠졌다. 마을 사람들이 번갈아 가며 쇼조를 문병했는데, 그때마다 쇼조의 머리맡을 지키는 갸륵한 너구리의 모습을 보았다. 쇼조는 자신의 병이 깊어 오래가지 못할 것을 깨닫고, 어느 날 너구리에게 말했다.

"자네와도 오랫동안 친분을 나눴지만 이제 헤어져야 할 날이 왔네. 내가 가면 이제 사람 근처에 가지 않도록 하게나.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논밭은 망치지 않도록 하고. 자, 이제 됐으니 돌아가게."

쇼조의 말이 끝나자 너구리는 초연(愀然)히 나갔다. 그날 밤, 쇼조는 친절한 마을 사람들의 간호 아래 숨을 거뒀다. 안세이(安永) 칠 년 유월 이십오 일의 일이었다.

그로부터 수일 후였다. 하루 일을 마친 마을 사람 한 명이 귀가를 서두르며 쇼조의 무덤 옆 근처에 막 다다랐을 때 무덤 앞에 웅크리고 있는 여자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는 아름다운 기모노를 입고 풀꽃 한 다발을 들었다. 자세히 보자 여자는 우는 것처럼 어깨가 미약하게 들썩였다. 이 부근에선 여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자였다. 마을 사람은 누굴까 싶어 조심스레 그 옆에 갔다.

"여보시오."

마을 사람이 이렇게 말을 거는 순간, 여자의 모습은 홀연 사라지고 없었다. 옆에는 여자가 손에 들었던 풀꽃이 떨어져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걸 듣고는 분명 그 너구리일 거라 하며 그 갸륵한 행동과 마음에 감동을 받아 너구리를 절대로 해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생겼다. 이후 그 마을에서는 지금도 너구리를 잡지 않는다고 한다.



  1. 일본 황실의 종묘 이세신궁(伊勢神宮)의 별칭.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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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15. 21:32 일본괴담

再生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154/files/1618_16888.html


진시황 때 왕도평(王道平)이란 남자가 있었다. 어릴 적 같은 마을에 사는 당숙해(唐叔偕)란 여자와 부부가 되기로 약속했지만, 곧 도평은 징병되어 군인으로 남국에 정벌을 갔다가 적중(敵中)에 잡혀 구 년 동안 돌아오지 못했다. 여자 집에서는 여자가 혼기가 찬 걸 보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남자를 기다리게 할 수 없어 유상(劉祥)이라는 사람 집에 시집보내려고 했지만, 여자가 승낙하지 않았다. 그래서 억지를 부려 강제로 보냈다.

여자는 도평을 잊을 수 없어 침울해하다가 마침내 울화병에 걸려 삼 년 후에 죽고 말았다. 도평은 여자가 죽은 지 삼 년이 지나고서야 겨우 집에 돌아왔지만 꿈에도 잊지 못했던 여자가 죽어 낙담해 무덤에 찾아가,

"내가 돌아오는 게 늦어 이렇게 되어버렸소. 억울해 참을 수가 없으니 넋이 있다면 한 번이라도 좋으니 얼굴을 보여주오."

하고 말하며 우니 어디선가 죽은 여자 얼굴이 나와서,

"저는 아버지가 억지를 부려 유상에게 시집갔지만, 당신만 생각한 나머지 죽었어요. 하지만 저의 몸은 아직 정말로 죽은 게 아니라 당신과 부부가 될 수 있어요. 무덤을 파헤쳐 관에서 제 몸을 꺼내주세요."

하고 말했다. 그래서 도평은 무덤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 관뚜껑을 열고 꺼내보니, 여자가 살아났으므로 집에 데리고 갔다.

그러자 여자 남편인 유상이 관청에 호소했다. 관청에서는 법률에 따라 재판하려 했지만 그럴 법률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진 왕(秦王)에게 주상(奏上)하자 진 왕은 왕도평의 처로 삼으라고 하기에 도평은 여자와 부부가 되었다.

posted by 일각여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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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15. 00:34 일본괴담

怪譚小説の話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154/files/4951_16439.html


나는 글을 쓸 때 흥미로운 구상이 떠오르지 않거나 줄거리가 정돈되지 않을 때면 육조소설(六朝小説)을 꺼내 읽는다. 진당(晋唐)소설 육십 종으로 당시의 단편 육십 종을 엮어낸 총서인데 역사의 일화, 괴담, 기담이 있어 모두 나름대로 재미있다. 이즈미 교카(泉鏡花)의 "고야성(高野聖)"은 그 중 환이지(幻異志)가 실려있는 "판교삼낭자(板橋三娘子)"에서 나온 것이다. 판교에 삼낭자라는 여관을 하는 노파[각주:1]가 있어, 나그네에게 기이한 메밀떡을 먹여 당나귀로 만들어 돈을 벌었는데 조계화(趙季和)란 남자가 그걸 알고는 거꾸로 그 떡을 노파에게 먹여 당나귀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로, 고야성에서는 환술로 나그네를 말로 만들거나 원숭이로 만드는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서 대체적 구상에서는 흔적을 못 지웠지만 그외에는 흠잡을 데가 없는 독립된 창작으로, 또 굴지의 명작이기도 해서 우에다 아키나리(上田秋成)가 서호가화(西湖佳話)에 있는 뇌봉괴적(雷峯怪蹟)을 그대로 번안한 음란한 사성(蛇性の婬)과는 큰 차이가 있다.

또 그 총서 중 "유괴록(幽怪録)"에는 이와미 주타로(岩見重太郎)의 붉은 개코원숭이 퇴치(緋狒退治)라고 하는 인신 공양 설화가 있다. 당(唐)의 곽원진(郭元振)이란 사람이 밤에 여행하고 있었는데 등불이 화려한 집이 있어 묵어가려고 가보니 십칠팔 세 되는 소녀가 한 명 울며 쓰러져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신(魔神)의 산제물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곽이 소녀를 달래고 기다리니 과연 가마에 타고 여러 명의 종자를 거느린 남자가 왔다. 곽은 희귀한 술안주를 진상한다고 사슴의 육포를 바치는 척하고 그 손을 베어 다음 날 핏자국을 쫒아가 보니 커다란 멧돼지가 있으므로 죽여서 먹었다. 이 유괴록 이야기는 명(明) 구우(瞿佑)의 "전등신화(剪燈新話)" 중 신양동(申陽洞) 기록이 바탕이 되어있다.

또 그 총서의 "속유괴록(続幽怪録)"에 있는 정혼점(定婚店) 이야기는 붉은 줄의 인연(赤縄の縁) 전설이다. 위고(韋固)라는 사람이 결혼 일로 다른 사람과 만날 약속이 있었는데, 아침 일찍 용흥사(竜興寺)라는 절에 갔더니 노인 한 명이 계단 위에서 주머니 속에 든 걸 읽고 있었다. 위고가 그게 뭐냐고 묻자 남녀 결혼에 대해 쓰여 있는 것으로, 주머니 속에 든 붉은 줄로 남과 여의 영혼을 묶으면 어떻게든 부부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결혼에 대해 묻자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하며 그의 아내가 될 여자는 올해 세 살로 열일곱이 되지 않으면 결혼은 할 수 없지만 지금 거지 같은 야채상 할머니에게 안겨서 매일 시장에 온다고 했다. 이고는 화가 나서 하인에게 명령해 죽이라고 했다. 하인은 아이 이마에 칼로 상처만 내고 도망쳤는데 십사 년 후 아내를 맞고 보니 그 아내는 항상 이마에 꽃비녀를 꽂았다. 왜 그러냐고 묻자 세 살 때 흉한에게 찔려서 상처가 났다고 했다.

요컨대 육조소설은 중국문학의 원천으로 그걸 바탕으로 많은 소설, 희곡, 시가 나왔는데 그 흐름을 보면 "소신기(捜神記)", "전등신화(剪燈新話)", "서호가화(西湖佳話)", "요재지이(聊斎志異)"라고 하는 괴담소설이 되었다. 아키나리(秋成)의 음란한 사성(蛇性の婬)이 "서호가화"의 번안이라는 건 이미 말했는데, 엔조(円朝)의 괴담으로 유명한 "모단등롱(牡丹燈籠)"은 "전등신화"에 있는 모단등기(牡丹燈記)에서 나온 것으로 이 모단등기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로도 여럿 만들어졌다. 고이즈미 야쿠모(小泉八雲)의 괴담에 나오는 귀없는 법사 이야기(耳なし法師の話) 또한 모단등기의 변형이다.

고이즈미 야쿠모의 괴담에서 내가 좋아하는 건 오소리 괴담이다. 상인이 기(紀)나라 국경을 지나는데 소녀가 울고 있었다. 곁에 다가가 달래주려고 하자 소녀가 고개를 들었는데 눈과 코가 없는 놋페라보였다.

이 놋페라보 이야기는 혼죠(本所) 7대 불가사의 오이테케보리(置いてけ堀)와 비슷하다. 내 고향에도 이 계통의 이야기가 있다. 한쪽에 산이 있고 또 한쪽에는 밭과 소나무숲이 있는 인가(人家)고 뭐고 없는 곳에, 동쪽에서 오면 산 입구에 샤미센 소나무(三味線松)라고 덴구(天狗)가 샤미센을 켰다는 전설이 있는 소나무가 있어 나 또한 어릴 적 아주 무서워했다.

어느 날 저녁, 마을 여자 한 명이 그 샤미센 소나무 아래를 지나가는데 바로 앞에 여자가 걷고 있었다. 마을 여자는 동행이 생겨 반가운 마음에 옆에 다가가서 사투리로,

"저기, 같이 가시면 어떨까요. 이상한 게 나오면 든든하잖아요."

하자 앞에 가던 여자는,

"어머, 저 말인가요."

하고 돌아보는데, 여자는 눈과 코가 없는 놋페라보였다.



  1. 여기서 원문은 노파이지만 판교삼낭자 원작에서 삼낭자는 30여 세로 나온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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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12. 19:56 일본괴담

義猫の塚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154/files/42272_16440.html


엔슈(遠州)의 오마에자키(御前崎)에 세이린인(西林院)이라고 하는 절이 있었다. 주지는 매우 자비로운 남자였는데, 어느 풍랑이 거센 날, 난파선이 있을까 싶어 밖에 나가보았더니 바로 눈 밑에서 파도 사이로 배의 파편 같은 판자 한 장에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매달려 있는 게 보였다. 주지는 산을 한걸음에 달려 내려가 어부 집에 가서는,

"불쌍하니 구해주시게."

하고 말하며 혼자 힘으로 배를 내려고 하므로 어부도 주지의 진심에 감동해 결국 배를 내어 그 고양이를 구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고양이는 세이린인에서 키우게 됐는데 주지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들으므로 주지도 무척 귀여워했다.

그로부터 십 년이 지났다. 어느 봄날 그곳 불목하니가 툇마루에서 선잠을 자고 있었는데 작게 야옹야옹 하는듯한 이상한 말소리가 들렸다.

"좋은 날씨가 아닌가. 한 번 신궁 참배라도 다녀오는 게 어떻겠나."

"가고는 싶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 스님의 몸에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말이지."

"그런가. 넌 스님이 구해주신 은혜가 있었지."

불목하니는 덜컥 눈을 떴지만 툇마루에는 기르던 고양이와 근처 절의 고양이가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그러는 동안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드니 더그매에서 싸움이라도 하는 듯 큰 소리가 났다. 불목하니가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주지는 벌써 일어나 사방등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뭘까요."

"글쎄다."

둘은 사방등 불에 의지해 이곳저곳 돌아다녔지만 그다지 의심스러운 것도 보이지 않아 그날 밤은 그대로 잠들었다. 아침이 되어 주지가 본당에 가보니 더그매에서 선명한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주지는 놀라 단가(檀家)의 젊은이를 오라고 해 같이 더그매에 올라갔다. 더그매에는 기르던 고양이와 근처 절의 고양이가 피에 젖은 채 죽어있었는데, 그 옆에 삼 척 가깝게 큰 쥐가 승려의 법의(法衣)를 뒤집어쓰고 죽어있었다. 

"아."

그때 주지의 머릿속을 스치는 일이 있었다. 그건 수 일 전 난데없이 나타나 체류하고 있던 승려의 일이었다. 주지는 혹시나 싶어 승려의 방에 가보았지만, 그곳에는 깔아두었던 이부자리가 그대로 있을 뿐 승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주지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세이린인에 있는 의묘총(義猫塚)은 두 고양이를 함께 묻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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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12. 00:18 일본괴담

碧玉の環飾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154/files/1624_16895.html


당(唐) 대종(代宗) 황제 광덕(広徳) 대의 일이다. 손각(孫恪)이란 젊고 가난한 남자가 있었는데 낙양(洛陽)에 있는 위토지(魏土地)란 곳에 놀러갔다. 놀러갔다고는 하지만 여행을 다니려고 했다기 보다는 유랑(流浪)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이 위토지에는 터줏대감으로 원(袁)이란 성을 가진 호족이 있었다. 손각은 별 목적은 없었지만 그 앞을 지나가다가 그저 호기심에 들여다 보니 문지기는 커녕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푸른 발이 드리워진 작은 방이 있었다. 손각이 그 옆으로 다가가 안쪽을 살피려 하자 안에서 문을 열고 젊고 예쁜 여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손각은 이 여자가 주인집 딸이겠거니 싶어 인사를 하려 하자 여자는 놀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손각이 거북해 멍하니 서 있으니 푸른 옷을 입은 소녀가 나와서,

"무슨 용무로 이곳에 오셨나요."

하고 물었다. 그래서 손각은,

"지나가다 들어온 사람이오. 무례를 범해 미안하오."

하고 멋대로 대문 안으로 들어온 일을 사과했다.

그러자 청의를 입은 소녀는 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처음에 봤던 여자가 소녀를 데리고 나왔다. 손각은 소녀를 향해,

"이 분은 누구신가."

하고 묻자 소녀는,

"원 장관(長官)의 따님으로 이곳 주인이세요."

하고 말했다.

"주인은 이미 결혼을 하셨는가."

하고 손각이 또 묻자,

"아직 결혼은 하지 않으셨어요."

하고 소녀가 대답했다.

그 뒤 여자와 소녀는 같이 들어가더니 곧 소녀에게 다과를 가져오게 하여 건네며

"나그네 마음에 원하는 게 있으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네."

하고 말했다. 이미 여자에게 연모의 마음을 가지고 있던 손각은,

"나는 가난한 나그네로, 학문도 재주도 없는 것에 비해 원 씨는 재산이 많을뿐만 아니라 현명하기까지 하니 감히 바랄 수 없는 일이기는 하나 만약 결혼할 수 있다면 매우 경사스러울 것이오."

하고 결혼신청을 하자 여자는 승낙하고 소녀를 중매인으로 세워 결혼식을 올리는 것과 동시에 손각은 여자 집에 그대로 눌러앉아 데릴사위가 되었다.

그리고 사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손각은 어느 날 친척인 장한운(張閑雲)이란 사람을 떠올리고는 오랜만에 그 집에 갔다. 한운은 손각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더니,

"자네 낯빛이 무척 나쁘군. 이건 분명 요괴한테 홀린 게야."

하고 말하니 손각은 별로 짚이는 데가 없어서,

"그다지 의심스러운 일은 없는걸."

하고 믿지 않았다.

"사람은 천지음양의 기를 받아 혼백을 간직하고 있네. 혹 양이 쇠하고 음이 자라나면 그 빛이 홀연 겉에 드러나지만 본인은 모르지."

하고 한운이 주장해 손각은 원 씨의 데릴사위가 된 일을 말했다. 그러자 한운이,

"그건 이상하군. 속히 떠나게나."

하고 권했지만 손각은,

"그렇지만 원 씨는 재산도 있으면서 현명한 여자인데, 나를 위해 정말 애쓴다네. 그 은혜를 두고 떠날 수는 없어."

하며 그 말을 듣지 않으므로 한운은 화를 내며,

"사악한 요괴의 괴이한 은혜는 은혜라고 하지 않고, 또 거기에 등을 돌린다고 불의라고 하지 않아. 내 집에 보검이 있으니 빌려 주겠네. 그걸 차고 가면 요마(妖魔) 같은 건 천 리 밖으로 도망갈 터이니."

하고 말하고 칼 한 자루를 꺼내 왔다.

손각은 마음속으로 망설이면서도 그 검을 가지고 돌아갔다. 그러자 원 씨는 벌써 그걸 알아채고,

"당신은 원래 가난한 것을 제가 불쌍히 여겨 부부가 되어 정이 날로 깊어졌음에도 그 은의(恩義)를 잊고 저를 버리려고 하는 건 도리에 어긋나는 처사가 아닌가요."

하고 말하며 울었다. 손각은 그 말을 듣고 매우 부끄러웠다.

"이건 나의 본의가 아니라 친척인 장한운이 억지로 시켜 할 수 없이 하려던 거요. 부디 화를 거두어 주시오. 내 다시 딴마음 먹지 않으리다."

하고 눈물을 흘리며 빌었다.

그러자 원 씨는 손각이 갖고 온 검을 손에 들고 젓가락 같이 뚝뚝 부러뜨렸다. 손각은 겁이 나서 달아나려고 했지만 그것도 무서워서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원 씨는 방긋 웃으며 손각의 얼굴을 보고,

"수년간 같이 살며 이런 사이가 됐으니 결코 낭군을 해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

하고 말했다. 손각은 도망치는 것도 무서워 그대로 원 씨의 사위로 남았다. 그 뒤 손각이 장한운을 만나 그날 일을 말하자 한운은 기겁하며,

"그런 괴이한 변고가 있나."

하고 다시는 손각과 만나지 않았다.

이윽고 원 씨는 두 남자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매우 영리해 이십 세가 되지 않은 적부터 자주 집안 일을 도왔다. 그때가 되서야 손각은 관운이 트였는지 당 수도 장안(長安)으로 부임받게 되어 일가 모두 출발했다. 서주(瑞州)란 곳에 닿자 원 씨는 손각을 향해,

"서주 결산사(決山寺)란 절에 친한 스님이 있어요. 동서(東西)로 헤어지고 수십 년이 지났으니 꼭 만나보고 싶어요."

하고 말해 결산사로 가 주지인 노승을 만났지만 노승은 원 씨를 알지 못했다. 원 씨는 다시 품에서 벽옥의 고리 장식을 꺼내 노승 앞에 놓고,

"이건 이 절의 물건이오."

하고 말했지만 노승은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때 뜰 저편 수목에 수십 마리의 원숭이가 나와 울어댔다. 그걸 본 원 씨는 무척 슬픈듯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붓을 빌려 벽에 시를 써내려 가더니, 다 쓰자 옆에 있는 두 아이를 안고 하염없이 울다 손각이 있는 쪽을 향해,

"이제부터 영원한 이별이에요."

하고 입었던 옷을 찢어 던지니 불그스름한 얼굴에 둥근 눈의 커다란 늙은 원숭이였다. 그걸 본 모두가 놀라는 동안 늙은 원숭이는 뜰 저편의 큰 나무 위로 뛰어올라 남편과 아이 쪽를 보며 울다가, 이윽고 울창한 푸른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손각은 두 아이를 끌어안고 울며 슬퍼했다.

그다음에 손각은 노승을 향해,

"이것에 대해 뭔가 짐작 가는 데가 있소."

하고 물었다. 노승은 오랫동안 옛날 일을 추념하더니,

"소승이 아직 사미였을 무렵 암컷 원숭이 한 마리를 키웠는데, 어느 날 현종(玄宗) 황제의 칙사 고력사(高力士)가 이 절에 와서 그 원숭이가 민첩한 것을 보고는, 비단을 두고 원숭이를 데려가 현종에게 바쳤소. 현종도 그 원숭이를 무척 아껴 상양궁(上陽宮)에서 키우게 했는데, 안녹산(安禄山)의 난이 일어나 원숭이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고 들었소만 지금 잘 생각해 보니 이 고리 장식은 늘 그 원숭이 목에 끼고 있던 거요."

하고 말했다. 손각은 그걸 듣고는 더욱더 슬퍼져 장안에 가는 걸 중지하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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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10. 20:03 일본괴담

酒友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154/files/1651_16636.html


샤(車)라고 하는 남자는 가난하면서 술만 마셨다. 밤마다 세 잔 정도의 벌주를 먹이지 않으면 잘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머리맡에는 항상 술을 두지 않은 적이 없었다. 어느 날 밤, 눈을 떠 뒤척이고 있으니 누군가 같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이불이 벗겨져 떨어진 까닭이라고 생각하고 손을 대어 쓰다듬어 보자 털이 덥수룩하게 만져졌다. 그건 사람이 아니라 큰 고양이인 것 같았다. 불을 켜고 보니 여우였는데 지독히 술에 취해있는 듯 쿨쿨 자고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해 머리맡 술병을 보자 비어있었다. 샤는 웃으며,

"이 녀석은 내 술친구로군."

하고 말하고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 이불을 덮어주고 난 다음 자신도 옆에서 자려 했지만 여우가 어떻게 나올지 보고 싶어 불을 끄지 않고 보고 있었다. 여우는 한밤중에 깨어 하품했다. 샤는 웃으며,

"잘 잤구나."

하고 말하고 이불을 벗기니 유생(儒者)의 갓을 쓴 수재가 되어 있었다. 그는 일어나 평상 앞에서 절을 하며 자신을 죽이지 않은 은혜에 감사했다. 샤는,

"난 술꾼이라 사람들이 바보라고 하지만 자네는 나의 포숙(鮑叔)이네. 혹시 나를 의심하지 않는다면 술친구가 되지 않겠는가."

하고 말하고 소매를 끌어 평상 위에 올리고 또 함께 잤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부터 자네는 매일 밤 오게나, 의심하지 말고 말이지."

여우는 승낙했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여우는 이미 없었다. 맛있는 술을 병 가득히 채워놓고 여우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밤이 되니 과연 여우가 왔다. 샤는 여우를 옆에 앉히고 즐겁게 마셨는데, 여우는 술이 셀뿐만 아니라 농담도 잘했다. 샤는 그 여우와 더 일찍 알게 되지 못한 것을 애석하게 여기게 되었다. 한 번은 여우가 말했다.

"항상 좋은 술을 얻어먹기만 해서야, 어떻게 해야 자네의 후의에 보답할 수 있을까."

샤는 말했다.

"그런 건 어찌 되든 좋지 않은가."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자네는 가난하니까 술을 살 돈도 부족하지 않나. 내 자네 술값을 한 번 주선해 보겠네."

다음 날 밤 여우는 다시 왔다.

"지금부터 동남쪽으로 칠 리(里) 가면 길가에 돈이 떨어져 있을 걸세. 빨리 가서 주워오게나."

샤는 그 말에 따라 다음 날 아침 일찍 갔다. 과연 이 엔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그걸 주워 괜찮은 안주를 사 그날 밤 술에 보탰다.

여우는 다시 말했다.

"이 집 뒤에 움막이 있으니 열어 보게나."

샤는 여우 말대로 찾아보았다. 과연 움막이 있어 많은 돈이 들어 있었다. 샤는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내 지갑에도 돈이 얼마간 있으니, 쓸데없이 술 사는 걸 근심하지 말게나 인가."[각주:1]

여우는 말했다.

"그게 아니라네. 수레(車)의 바퀴 자국에 고인 물은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좀 더 즐거운 일을 생각하세나."

그 다음 만난 때 여우는 샤에게 말했다.

"시장에 당아욱 값이 매우 싸네, 이것이야말로 횡재가 아니겠는가."

그 길로 샤는 당아욱을 사오 석(石) 샀다. 사람들은 모두 그걸 비웃었지만, 이윽고 큰 가뭄이 들어 곡식이 죄다 마르고 당아욱만을 심을 수 있게 되었다. 샤는 당아욱 씨를 팔아 열 배의 이익을 얻어 돈도 점점 쌓여 비옥한 밭을 이백 묘(畝)[각주:2]나 경작하게 되었다. 그 다음에 보리를 많이 심자 잘 자라 많이 거둬들이고, 수수를 심자 수수가 잘 자라 많이 거둬들였다. 씨를 뿌리고 심는 건 늦든 이르든 전부 여우의 판단을 따랐다. 샤와 여우는 나날이 친밀해졌다. 여우는 샤의 아내를 형수라고 부르고 아이를 자신의 애처럼 귀여워했다. 시간이 지나 샤가 죽자 마침내 여우도 오지 않게 되었다.

  1. 당나라 시인 하지장의 시 제원씨별업(題袁氏別業)의 시구(詩句) [본문으로]
  2. 1묘가 30평 [본문으로]
posted by 일각여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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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10. 16:45 일본괴담

山の怪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154/files/4482_11832.html


도사 나가오카 군(土佐長岡郡) 깊숙한 곳에 모토야마(本山)란 곳이 있다. 지금은 정(町) 제도에 의해 정으로 됐지만 예전에는 모토야마 읍(郷)이라고 하는 한 지방을 이루고 있었다. 시고쿠사부로(四国三郎)의 요시노가와(吉野川)가 마을 안을 흐르고 촌락에 있는 건 그 주위에 있는 약간의 평지로, 한쪽에는 고봉(高峰) 슌타케(駿岳)가 우뚝 솟아 있었다. 모토야마에는 요시노부(吉延)라고 하는 산골짜리가 있어서 그곳에 멧돼지인지 사슴인지 큰 짐승이 살아 사냥꾼 중 그곳에 눈독을 들이지 않는 이가 없었지만 그 골짜기에서는 가끔씩 이상한 일들이 있어 기가 약한 이는 가지 않았다. 초겨울이었다. 한베라고 하는 사냥꾼이 총과 덫을 가지고 골짜기로 향했다. 사람이 두려워하는 골짜기에 태연하게 들어가다니 대담한 남자였다. 그가 골짜기에 도착한 건 아직 새벽이 되기 전으로 수풀 아래가 캄캄했다. 그는 다년간의 경험으로 짐승이 다닐만한 곳을 손으로 더듬어 덫을 치고 옆에 있는 바위 그늘에 앉아 어깨에 메고 있던 총을 세워놓고는 허리 주머니에서 담뱃대를 꺼내 담배를 채우더니 화약심지의 불을 옮겨붙여 조용히 담배를 피우며 짐승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찬바람이 머리 위를 쓸고 지나가 서리가 되려던 이슬이 때때로 뺨에 떨어져 내렸다. 한베는 담배를 피우면서 귀를 기울여 짐승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하고 주의를 기울였다. 머지않아 날이 점점 밝아왔다. 고개를 들어 하늘 쪽을 힐끗 보자 하늘은 푸르죽죽해서는 빛을 잃은 별 두 개만이 솔송나무 가지 끝에 걸려 있었다.

수풀 아래도 차츰 밝아져 나뭇잎 색이나 모양도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 덫을 친 곳은 그곳에서 오육 간(間)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곳은 산기슭의 작은 도랑처럼 움푹 패인 곳이었다. 한베는 아침 먹잇감을 찾는 짐승이 움직일 시각이 되었다고 생각해, 담뱃대를 주머니에 넣어 허리에 단단하게 차고 세워두었던 총을 쥐어 언제라도 쏠 수 있도록 몸을 앞으로 향했다.

보랏빛으로 빛나는 산지렁이 한 마리가 어디선가 뱀처럼 기어와서는 덫에 걸렸다. 한베는 그걸 보고는 생각했다.

(저렇게 큰 지렁이도 있군)

지렁이는 이윽고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 옆 노란 풀숲에서 꿈틀꿈틀 움직이는 게 있었다. 그건 흙빛의 개구리였다. 개구리는 그 눈을 두리번두리번하며 기어나와 덫 옆에 잠시 서서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이윽고 입을 벌리는가 싶더니 산지렁이를 덥석 물고 눈을 희번덕거리며 삼켜 버렸다. 개구리는 겨우 일이 끝났다고 말하는듯 웅크렸다.

어디에 있었는지 시커먼 땅에서 붉은 반점을 지닌 작은 뱀이 개구리 뒤에서 기어나왔다. 한베는 눈을 떼지 않고 보고 있었다. 뱀은 개구리 옆에서 목을 쳐들고 빨간 바늘과 같은 혀를 쉭쉭 한두번 내밀더니 개구리의 다리 하나를 물었다. 개구리는 깜짝 놀라 도망치려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그 몸은 차례로 뱀의 목구멍으로 사라져 갔다.

(기묘한 일도 있는 법이구먼)

한베는 기분이 나빠졌다. 그 한베의 눈앞으로 잿빛털의 커다란 무언가가 스쳤다. 골짜리 아래쪽 수풀 속에서 커다란 멧돼지 한 마리가 갑작스레 튀어나와 한베 코끝을 스치듯이 올가미 옆으로 갔다. 한베는 사격 자세를 취했다. 멧돼지는 개구리를 삼키고 반대편으로 기어가던 뱀을 한 입에 낼름 삼켜 버렸다. 동시에 한베는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송아지 같은 멧돼지가 굉연한 총소리와 함께 지축을 울리며 쓰러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총소리가 작게 울릴뿐 멧돼지는 여유롭게 반대편으로 가고 말았다. 한베는 아차 하며 두 번째 탄을 서둘러 채워넣었지만 다 채워넣었을 때는 이미 멧돼지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늘은 기묘한 날이군)

한베는 총을 든 채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견딜 수가 없었다.

(오늘은 재수가 없을 것 같군. 집에 가자, 가)

한베는 결국 돌아가기로 했다. 그는 혀를 차며 처음 올라온 길을 내려가 골짜기 아래쪽으로 향했다. 솔송나무가 자라 살짝 어두운 곳이 있었다. 한베는 그곳에 도착하자 손에 들고 있던 총을 어깨에 걸었다. 송라(松蘿)가 여자의 머리카락처럼 드리워진 커다란 솔송나무 그늘에서 턱수염이 새하얀 노승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한베 앞을 가로막더니 두 손을 벌렸다.

"이 괴물 자식"

한베는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빼어들어 노승의 정면을 내려쳤다. 그러자 둘이 되어 쓰러졌을 노승이 두 명이 되어 나란히 손을 벌렸다. 대담한 한베였지만 여기에는 조금 놀랐다.

"아직도 그런 짓을 하는 건가"

한베는 다시 오른쪽 요승을 정면에서 베고, 다음에는 왼쪽 승려의 몸통을 올려치듯 베었다.

"이건 어떠냐"

요승은 넷이 되어 손을 벌렸다.

"아직도 그런 짓을 하는가"

한베는 구별 없이 마구 칼을 휘둘렀다. 요승은 열네다섯 명이 되었다.

"젠장"

한베는 난도질하듯 칼을 휘둘렀다. 자르면서 보니 요승의 몸이 잘리는 족족 더 많아졌다. 한베는 여기서 이래봐야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해 칼을 휘둘러 한쪽을 뚫고 달렸다. 돌이 비와 같이 한베를 향해 날아왔다. 한베도 맞서서 휘둘렀다. 백 명쯤 되는 요승이 각각 손에 돌을 들고 던지고 있었다. 돌은 쉴 틈도 없이 한베의 몸을 두드렸다. 한베는 필사적으로 요승 무리로 달려들었다.

"젠장, 젠장, 젠장"

한베는 목이 터져라 외치며 휘둘렀다. 그리고 기진맥진해 나가떨어질 무렵 나무 뿌리인지 바위 모서리에 발이 걸려 칼을 잃고 말았다. 그래도 우물쭈물하고 있어선 요승에게 목숨을 빼앗길 것 같아 그는 쭈그려 앉아 손에 잡히는 물건을 뭐든 집어 던졌다.

요승 무리는 질려 하나둘씩 달아나기 시작했다. 한베는 힘을 얻어 더 열심히 던졌다. 요승의 수는 점점 더 줄어 이제 여기저기 한두명 정도 남는가 했더니 결국 다 없어졌다.

한베는 맥이 풀렸다. 그것과 동시에 꿈에서 깬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그는 아직 그곳에 요승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두 손에 쥐고 있던 마지막 돌을 마구 던졌다. 그 돌은 자기 가슴하고 머리에 맞았다. 그는 놀라서 자기 몸을 돌아보았다. 그의 몸 주위에는 자기 손으로 자기에게 던진 돌로 가득해 얼굴과 머리 한쪽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크게 한숨을 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새하얀 강가의 자갈밭으로 바로 왼쪽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 요시노가와(吉野川)의 자갈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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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10. 11:38 일본괴담

赤い牛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154/files/45547_41051.html


나가노 현(長野県) 우에다 시(上田市)에 있는 우에다 성(上田城)은 명장 사나다 유키무라(真田幸村)의 거성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우에다 성 해자의 물을 메이지 초년에 빼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날이 되자 부근의 사람들이 호기심에 이끌려 아침 일찍 도우네 구경하네 하며 밀어닥쳤다.

그날은 아침부터 활짝 갠 좋은 날씨로, 기후도 초여름답게 따뜻한 날이어서 사람들은 축제 기분으로 물빼기를 시작했다. 작업도 척척 진행되어 물이 빠질수록 커다란 잉어가 펄쩍 뛰어오르거나, 큰 메기가 떠오르거나 해서 해자 주위 곳곳에 함성이 울렸다.

그날 아버지도 반쯤 재미삼아 도우러 갔었는데 정오쯤 되어 해자의 물이 무릎 아래 정도로 줄었을 때, 아버지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이상한 소리를 냈다. 보자 아버지가 있는 곳에서 세 간(間)[각주:1] 가량 앞쪽에서 한 간(間) 반 정도의 원을 그리며 소용돌이가 치고 있었다.

(뭐지)

하고 아버지가 생각한 순간, 엄청난 물소리를 내며 그 소용돌이가 솟아오른다고 생각할 새도 없이 온몸에 진홍색을 한 동물이 반신을 드러냈다. 그건 이마에 굵은 두 뿔을 지닌 커다란 소였다. 사람들은 놀라서 도망치려 했지만 소도 놀랐는지 해자에서 펄쩍 뛰어올라 화살과 같이 지구마 강(千曲川)에 뛰어들어 물살을 헤엄쳐 건너더니 고마키 산(小牧山)을 타고 넘어 스가와 연못(須川の池)에 몸을 숨기고 말았다.

지금도 물빼기를 할 때 현장에 가서 붉은 소를 보았다는 사람이 있다. 나도 소년 시절에 자주 그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어서 지어낸 이야기라고 말하다 아버지에게 혼난 적이 있다. 아버지는 허튼 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하마 같은 수생동물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마가 일본에 있다는 말은 듣지 못해 그렇게 해석은 어려울 것 같다.

(우에다 모 씨의 이야기)

  1. 한 간(間)은 약 1.8m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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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9. 22:54 일본괴담

藍微塵の衣服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154/files/52247_47755.html


도쿄 시바(芝) 구에 있던 이야기다. 시바 구 어느 마을에 전당포가 있었는데 그곳 마누라가 다섯 살인가 여섯 살 난 여자애를 두고 병으로 죽어, 남편은 후처를 얻었다.

후처는 순종적인 기질에 늘 유쾌한 얼굴을 한 여자로, 의붓딸에게도 친어머니처럼 애정을 보여주여 의붓딸도 무척 따라 남편도 안심하고 지냈다.

하지만 그 후처가 얼마 안 지나 입을 다물고 점점 말수가 적어지게 되더니 여자를 둘러싼 꽃이 필듯한 따뜻한 분위기는 없어지고 차갑고 딱딱한 것만 남고 말았다.

그것을 눈치챈 건 전당포 주인의 친척 노인이었다. 노인은 이런저런 경험에서 이건 남편이 딴데 마음을 쏟는 이가 있어 마누라에게 신경을 써주지 않아 부인병이 생긴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노인은 어느 날 후처를 자기집으로 불러 물어 보았다.

"자네 요즘 들어 우울한 얼굴인데, 어떻게 된 일인가."

"별로 이렇다 할 일은 없어요."

"그래도, 뭔가 있는 거 같네. 왜냐면 자네 요즘 들어 우울한 얼굴인걸."

"별로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럼 무슨 일인가. 한 번 말해보게. 자네 힘이 되어주려고 하니."

이렇게 한 차례 대화가 오고 간 후 후처는 창백한 얼굴을 들고 말했다.

"제가 이러는 건 무서운 일이 있어서예요. 밤에 자고 있으면 불단 쪽 방하고 자는 방 사이 창호지에 구멍이 뚫리고 여자가 튀어나와서 절을 하니까, 진짜 무섭기도 너무 무서워서 한숨도 잘 수가 없어요. 남편한테 말하는 것도 그래서 입을 다물고 있었어요."

"어떤 여자인가" 하고 노인은 물어 보았다.

"젊고 예쁜 여자예요. 물망초 기모노에 검은 띠를 두르고, 머리는 마루마게[각주:1]로 묶었어요."

"무언가 말하던가."

"아무 말 없이 하얗고 야윈 손을 짚고 제가 있는 쪽으로 절을 하는 거예요."

노인은 바로 전처가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을 불러 후처가 말한 이야기를 전했다.

"물망초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고 하는데, 뭔가 짚이는 데가 없는가?"

물망초 기모노는 전처가 무척 좋아해서 평소에 즐겨입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남편은 등골이 오싹했다.

"……그건 죽은 아내가 좋아하던 옷입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이 없더니,

"뭔가 미련이 있는 게구먼." 하고 반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럴까요. 장례도 그렇게 잘 치뤄줬고, 아무런 불만이 없을 터입니다만." 남편은 이렇게 말한 후, 옆에 있는 후처 쪽을 보고,

"애는 당신이 그렇게 귀여워 하는데, 불만이 있을 리 없지. 혹시 다음에 그런 일이 있으면, 내가 꾸짖을 테니 깨워주게."

그 다음 날 밤, 남편과 후처는 여자애를 사이에 두고 평소와 같이 다다미 여덟 장의 안방에서 자고 있었다. 그곳은 광과 접해있는 방으로, 다음에 다다미 넉 장 반 정도의 불단이 놓여 있는 방이 있고, 그 앞으로는 툇마루가 있어 광의 입구와 이어져 있었다.

곧 후처는 잠에서 깼다. 후처는 겁이 나 눈을 떠 어둠 속을 보았다. 그러자 베개 근처로부터 오른쪽 옆에 있던 불단이 있는 방 사이의 창호지가 언제나 같이 뚫려서 물망초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환등기에 비추는 것처럼 분명하게 나타나, 문턱 위쯤에 앉아 하얀 손을 짚었다. 후처는 문득 남편이 자기를 깨우라고 한 말이 떠올라 손을 뻗어 남편의 어깨를 흔들었다.

남편이 눈을 떠서 보니 후처가 자기를 깨웠기에 바로 이해하고 고개를 들어 보았다. 여자는 이제 절을 하고 있었다.

"이봐, 당신 애는 이렇게 귀여움 받고 있는데 무슨 불만이 있어 자꾸 오는 건가." 하고 남편이 꾸짖는 것처럼 말하자, 여자는 희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감사 인사를 드리는 거예요."

"그런가, 그런가. 하지만 당신이 오면 이 여자가 무서워하니까 이제 오지 말게." 하고 남편이 말했다.

그 말과 동시에, 여자의 모습이 사라지고 두 번 다시 나타나는 일이 없었다.


posted by 일각여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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