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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여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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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3. 7. 10:58 일본동화

島の暮れ方の話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1475/files/51096_52790.html


* 1차 수정 : 마지막 문장에 크지 않은 집이 아니라 거미줄이었습니다. 놓쳐서 수정합니다.


남방의 따뜻한 섬이었습니다. 그곳은 겨울도 이름만으로 언제나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어느 초봄의 해질녘이었습니다. 나그네 하나가 길을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이 근처는 처음인 듯 오른쪽 왼쪽 살피며 자기가 가는 마을을 찾았습니다.

이 나그네는 이곳에 오기까지 먼 길을 걸어왔습니다. 배에도 타야 했습니다. 먼 나라에서 이 섬에 사는 친척을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나그네는 길가에 수선화가 꿈처럼 피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 산에 새빨간 동백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근처는 들판과 언덕으로 인가라 할만 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따뜻한 바람이 바다 쪽에서 불어왔습니다. 그 바람은 꽃향기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해는 점점 서산 끄트머리로 저물어 갔습니다.

“이제 해가 저물어 가는데 어느 길로 가야 내가 가려는 마을에 닿을 수 있을까.” 하고 나그네는 멈춰 서서 생각했습니다.

어디든 이 근처에 물어볼 집이 없을까 또 잠시 동안 오른쪽 왼쪽 살피며 걸었습니다. 그저 파도가 바위를 때리고 부서지는 소리만이 조용한 밤하늘 아래 희미하게 들려올 뿐입니다.

그때 우연히 나그네는 초가집 한 채를 발견했습니다. 그 지붕은 다갈색이었습니다. 그가 집 쪽을 향해 다가가자 초라한 집이라 울타리도 망가지고 사람 손길이 닿은 흔적 또한 없었습니다. 그는 누군가 이 집에 살고 있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점점 다가가며 나그네는 두 번 놀랐습니다. 매우 아름다운,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만큼 젊은 여자가 그 집 문 앞에 쓸쓸히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여자는 긴 머리를 어깨에서 뒤쪽으로 늘어뜨리고 있었습니다. 이는 촘촘하면서 깨끗하고, 눈은 비쳐 보일 듯 투명하고, 입술은 꽃처럼 곱고, 이마는 하얬습니다.

나그네는 왜 이런 섬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살고 있는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또 이런 섬이라서 이런 아름다운 여자가 살고 있는 것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나그네는 여자 앞으로 가서,

“신사가 있는 마을로 가려고 합니다만 어떤 길로 가면 되겠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여자는 상냥하게 쓸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당신은 나그네시네요.” 하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고 나그네는 대답했습니다.

여자는 조금 망설이는 듯하더니,

“저도 어차피 저쪽으로 가니까 같이 가드리지요.” 하고 말했습니다.

나그네는 “그럼 부탁드립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둘이 길을 걸어나서는 때 나그네가 여자를 돌아보며,

“저 집에 사시나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여자는 다정한 목소리로,

“아니요, 어째서 저게 제 집인가요? 오늘 제 두 아이들이 놀러나가고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마중 나온 거예요. 그런데 저 집 덧문에 작년에 사라진 여동생 기모노 비슷한 게 걸려 있어서 그만 멍하니 생각에 빠져 있었던 거랍니다.” 하고 여자는 대답했다.

나그네는 이상한 말을 들어 놀란 나머지 아름다운 여자의 옆얼굴을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마침 그 순간 저 편에서,

“엄마!”

“엄마!”

하고 외치며 두 아이들이 뛰어왔습니다. 여자는 기뻐하며 두 아이를 가슴에 안았습니다.

“저희는 여기서 헤어지겠습니다. 이 길을 똑바로 가시면 금방 신사가 있는 마을이 나옵니다.” 하고 여자는 나그네에게 길을 알려주고는, 꽃이 핀 좁은 길을 두 아이와 함께 쓸쓸하게 파도 소리가 들리는 산기슭 쪽을 향해 갔습니다.

나그네는 그와 반대편의 산에 닿아 점점 더 깊숙하게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산에는 벌써 귤이 열려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해가 떨어졌을 시간에야 가고자 했던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밤, 등불 밑에서 나그네는 친척들과 그날 이상했던 아름다운 여자를 본 것과 그 여자는 쓸쓸하게 반대쪽 산기슭으로 풀숲을 헤치며 간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한 친척이 놀란 얼굴을 하며,

“그쪽에는 인가가 없을 텐데.” 하고 말했습니다.

나그네는 역시 “여동생의 기모노와 아주 닮은 기모노가 덧문에 걸려있었다. 그 여동생은 작년 행방불명이 되었다.” 는 여자의 말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나그네는 친척과 함께 어제 여자가 서 있었던 곳까지 같이 가보기로 했습니다.

남쪽 섬의 기후는 따뜻하고 하늘은 신비로웠습니다. 꿀벌은 꽃에 모여 있었습니다. 나그네가 어제 해질녘 보았던 초가집까지 가자 그 집은 완전 폐가로,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덧문을 바라보자 아름다운 나비의 날개가 커다란 거미줄에 걸려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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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각여삼추
2014. 1. 14. 14:06 일본동화

かぶと虫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121/files/45084_42628.html


* 대화의 미카와 방언은 서북 방언을 차용하였습니다.



꽃밭에서 큰 벌레가 한 마리, 붕하고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몸이 무거운지, 천천히 날아올랐어요.

땅에서 일 미터 가량 뜨자 옆으로 날기 시작했어요.

역시 몸이 무거워 천천히 날아가요. 마구간 구석 쪽으로 느릿느릿 날아가요.

보고 있던 작은 다로(太郎)는 마루에서 뛰어내렸어요. 그리고 맨발로 체를 들고 쫓아 갔어요.

마구간 구석을 지나고 꽃밭에서 보리밭으로 올라가, 풀이 난 턱 위에서 벌레를 덮었어요.

잡고 보니 장수풍뎅이였어요.

"야, 장수풍뎅이다. 장수풍뎅이 잡았다."

하고 작은 다로는 말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어요. 작은 다로는 형제가 없이 혼자였기 때문이었어요. 혼자는 이럴 때 너무 재미가 없는 거 같아요.

작은 다로는 마루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할머니한테

"클마니, 장수풍뎅이 잡았어."

하고 보여줬어요.

마루에 앉아 말뚝잠을 자던 할머니는 눈을 떠 장수풍뎅이를 보고는,

"음, 게 아딘."

하고 말하고 다시 눈을 감았어요.

"아니야, 장수풍뎅이야."

하고 작은 다로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지만 할머니한테는 장수풍뎅이든 게든 상관이 없어서 흥흥, 중얼중얼하고는 다시 눈을 뜨려고 하지 않았어요.

작은 다로는 할머니 무릎에서 바늘밥을 들어 장수풍뎅이의 뒷다리를 묶었어요. 그리고 마루 위를 걷게 했어요.

장수풍뎅이는 소처럼 비척비척 걸었어요. 작은 다로가 실 끝을 누르자 파닥파닥 마루를 긁었어요.

잠시 그렇게 하던 작은 다로는 재미가 없어졌어요. 분명히 장수풍뎅이를 가지고 재미있게 노는 법이 있어요. 누군가 분명히 그걸 알아요.



그래서 작은 다로는 큰 머리에 밀짚모자를 쓴 다음 장수풍뎅이를 실 끝에 묶고 대문을 나섰어요.

낮이라 몹시 조용해서 어디선가 멍석을 터는 소리뿐이었어요.

작은 다로는 제일 먼저 제일 가까운 뽕밭 한가운데 있는 긴페이(金平)의 집에 갔어요. 긴페이의 집에서는 칠면조를 두 마리 기르고 있어서 가끔 마당에 나오고는 했어요. 작은 다로는 그게 무서워서 마당에는 들어가지 않고 산울타리 바깥쪽에서 안쪽을 들여다 보며,

"긴페이, 긴페이."

하고 작은 목소리로 불렀어요. 긴페이만 들으면 되니 그랬어요. 칠면조한테는 들리지 않았으면 했어요.

긴페이한테 잘 들리지 않았는지 작은 다로는 몇 번이나 불러야 했어요.

"긴페이는 말이디."

하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긴페이 아버지는 졸린 목소리였어요.

"긴페이는 어젯밤부터 배가 아프다고 해서 잔다. 오널은 같이 못 놀갓다."

"흐음."

하고 들리지 않을 정도로 희미하게 콧속으로 말하고 작은 다로는 산울타리에서 벗어났어요.

조금 실망이었어요.

그래도 다시 내일이 돼서 긴페이 배가 나으면 같이 놀 수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작은 다로는 이번에는 한 학년 위인 교이치(恭一) 형 집에 가기로 했어요.

교이치 형네는 작은 농가였지만 주변에 소나무, 동백나무, 감나무, 칠엽수 같은 나무가 잔뜩 있었어요. 교이치 형은 나무 오르기를 잘 하는 까닭에 자주 나무 위에서, 모르고 아래에 지나고 있는 작은 다로 머리 위로 동백나무 열매를 떨어뜨려 놀라게 하곤 했어요.

또 나무에 오르지 않을 때도 교이치 형은 흔히 그늘진 곳이나 뒤에서 으악하고 소리를 질러 놀라게 했어요. 그래서 작은 다로는 교이치 형네 갈 때마다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상하좌우, 뒤까지 조심하면서 슬금슬금 걸어갔어요.

그런데 오늘은 교이치 형은 나무에 올라가지 않았어요. 어디서도 으악 소리 지르며 나타나지 않았어요.

"교이치는 말이야."

하고 닭모이를 주러 나왔던 아주머니가 일러주었어요.

"좀 일이 있어서 어제 미카와(三河)에 있는 친척네 맡겼단다."

"흐음."

하고 작은 다로는 들릴지 안 들릴지 모를 정도 콧속으로 말했어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이좋았던 교이치 형을 바다 저편에 있는 미카와 마을로 보내버렸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 안 오가시오?"

하고 서둘러서 작은 다로는 물었어요.

"그야 언젠가 오갓지."

"언제?"

"우분재나 설날에는 오갓지."

"진짜디요, 아주마이. 진짜 설에는 돌아오는 거디요."

작은 다로는 희망을 잃지 않았어요. 우분재에는 다시 교이치 형하고 놀 수 있어요. 설날에도.



장수풍뎅이를 든 작은 다로는 이번에는 좁은 비탈길을 올라 큰길로 나갔어요.

수레 목수 아저씨 집은 큰길가에 있었어요. 그 집 야스오(安雄) 형은 벌써 중학교에 다닐 만큼 컸어요. 그래도 언제나 작은 다로의 좋은 친구였어요. 땅따먹기 할 때도 숨바꼭질할 때도 같이 놀았어요. 야스오 형는 작은 아이들 사이에서는 각별히 존경받고 있었어요. 아무 나뭇잎이나 풀잎도 야스오의 손으로 둘둘 말아서 입에 물면 삐익하고 울려서였어요. 또 야스오 형는 아무리 보잘것없는 물건이라도 슬쩍 만져서 재밌는 장난감으로 만들 수 있어서였어요.

수레 목수 아저씨 집에 가깝게 갈수록 작은 다로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어요. 야스오 형이 장수풍뎅이로 어떤 재밌는 놀이를 생각해낼까 하고 기대해서였어요.

작은 다로 턱 높이에 있는 미닫이문에 목을 올려 작업장 안을 들여다 보자 야스오 형이 있었어요. 아저씨와 둘이서 작업장 구석에 있는 숫돌에 대패날을 갈고 있었어요. 자세히 보자 오늘은 작업복도 차려입고 검은 앞치마까지 하고 있었어요.

"그런 식으로 힘을 주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못 알아듣는 놈이네."

하고 아저씨가 잔소리를 했어요. 야스오는 칼 가는 법을 아저씨한테 배우는 것 같았어요. 얼굴이 시뻘게져서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작은 다로가 있는 쪽을 아무리 기다려도 봐주지 않았어요.

결국 작은 다로는 기다리다 지쳐,

"야스오 형, 야스오 형"

하고 작은 목소리로 불렀어요. 야스오 형만 들으면 됐어요.

하지만 이렇게 좁은 곳에서 그럴 수는 없었어요. 아저씨가 듣고는 꾸짖었어요. 아저씨는 평소에는 애들 군소리도 잘 들어주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오늘은 왠지 다른 일로 짜증이 났는지 굵은 눈썹을 실룩실룩하면서,

"우리 야스오는 이제 오널부터 어른이라 애들 놀이에 못 끼갓다. 애들은 애들하고 놀아라."

하고 내치듯이 말했어요.

그러자 야스오 형이 작은 다로 쪽을 보고 할 수 없다는 듯 슬며시 웃었어요. 그리고 다시 자기 앞으로 눈을 돌려 열중했어요.

벌레가 가지에서 떨어지 듯 힘없이 작은 다로는 문에서 떨어졌어요.

그리고 흐느적흐느적 걸어갔어요.



작은 다로의 가슴에 깊은 슬픔이 북받쳐 올랐어요.

야스오 형은 이제 작은 다로의 옆에는 돌아오지 않는 거예요. 더 이상 같이 못 놀아요. 배가 아프면 다음 날이 되면 나아요. 미카와에 가도 언젠가는 돌아오겠지요. 하지만 어른의 세계에 간 사람은 이제 어린이의 세계에는 돌아오지 않아요.

야스오 형은 먼 곳에 가는 게 아니에요. 같은 마을 바로 근처에 있어요. 하지만 오늘부터 야스오 형과 작은 다로는 다른 세계에 있어요. 같이 놀 수 없는 거예요.

작은 다로의 가슴에 슬픔이 하늘과 같이 넓고 깊이 공허하게 퍼졌어요.

어떤 슬픔은 울어서 지울 수가 있어요.

하지만 또 어떤 슬픔은 없어지지 않아요. 울든 어쩌든 지워지지 않아요. 지금 작은 다로의 가슴에 퍼지는 슬픔은 없어지지 않는 슬픔이에요.

그래서 작은 다로는 서산 위에 홀로 멍하니 떠있는 붉은 테의 구름을 눈부신 듯 눈썹을 조금 찌푸리며 오랫동안 지켜볼 뿐이었어요. 장수풍뎅이가 어느샌가 손가락을 빠져 나와 도망친 것도 모른 채――.


posted by 일각여삼추
2014. 1. 10. 23:38 일본동화

巨男の話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121/files/3313_10260.html


큰 남자와 어머니가 사는 곳은 여기서 멀리 떨어진 어느 숲 속였어요.

큰 남자의 어머니는 무서운 마녀였어요. 독수리와 같이 높은 코에 뱀과 같이 날카로운 눈을 가진 무서운 마녀였답니다.


어느 달밤의 일이었어요.

마녀와 큰 남자가 잠이 들었을 무렵 누군가 집 밖에서 대문을 두드렸어요. 큰 남자가 일어나 문을 열어보니 두 여자가 한 소녀를 데리고 서 있었어요.

"이 분은 이 나라의 공주님입니다. 저희는 시녀입니다. 오늘 공주님을 모시고 숲으로 놀러 나왔는데 길을 잃어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부디 오늘 하룻밤만 묵을 곳을 빌려 주십시오." 하고 한 여자가 말했어요.

그러자 안에서,

"들어오세요. 누추한 곳입니다만, 마음 편히 쉬고 가십시오." 하고 마녀가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래서 셋은 안으로 들어가 쉬었어요.

다음 날 아침, 큰 남자가 눈을 뜨자 두 여자는 까만 새로, 공주님은 하얀 새로 변해 있었어요. 마녀가 마법을 부려 그렇게 된 것이었어요.

마녀는 큰 남자가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세 마리 새를 창문으로 날려 보냈어요. 세 마리 새는 날아갔어요. 하지만 하얀 새는 저녁이 되자 구슬피 울며 마녀의 집으로 돌아왔어요. 큰 남자는 가엽게 여겨 몰래 하얀 새를 기르기로 했답니다. 낮에는 들판에 놓아주고, 밤에는 자기 침대 안에서 재웠어요.


큰 남자가 커질수록 마녀는 점점 나이를 먹어 결국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매일 침대 위에 드러누워 자식인 큰 남자에게 마법을 가르쳤어요. 하지만 그 마법은 모두 인간을 가지각색의 새로 변하게 하는 거였어요.

차차 마녀는 더욱더 약해져 이제 죽을 것 같이 되었어요. 이때 마법을 풀 방법을 알아내지 못하면 그 하얀 새는 영원히 공주님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한 큰 남자는 마녀의 머리맡에 다가가,

"지금까지 어머니는 인간을 가지각색의 새로 변하게 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지만, 아직 마법을 푸는 건 가르쳐 주시지 않았습니다. 부디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부탁했어요.

"그럼 가르쳐 주마." 하고 마녀는 말했지만 이미 숨이 끊어질 것 같이 목소리가 모기만 했어요.

"어머니, 분명히 말해 주세요!"

큰 남자는 마녀의 입가에 귀를 가져다 댔어요.

"새가 눈물을 흘리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단다……" 이것만 말하고 마녀는 머리를 늘어뜨린 채 죽고 말았어요.

큰 남자는 죽은 마녀를 하얀 관에 모시고 야자나무 밑동에 묻었어요. 그리고 바로 하얀 새를 데리고 숲에 있는 집을 나섰어요.

큰 남자는 수도로 상경하려고 마음먹었어요. 도중에 어떻게 해서든 하얀 새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려고 했어요. 머리를 두드리고 궁둥이를 꼬집어 봤어요. 하지만 하얀 새는 절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어요. 그저 구슬픈 듯한 소리를 지를 뿐이었답니다. 끝에 가서는 불쌍하게 느껴져 큰 남자는 어느샌가 하얀 새에게 뺨을 비비고 있었어요. 그리고 큰 남자의 눈에 눈물이 맺혔어요.

큰 남자는 밤낮없이 걸어 집을 나선지 칠 일째에 오고자 했던 수도에 닿았어요. 하지만 수도 사람들은 큰 남자가 무서운 마녀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몰래 큰 남자를 죽이려고 했어요. 그중 한 남자가 대표가 되어 임금님이 살고 계신 궁전에 찾아갔어요. 그리고 임금님에게 이렇게 말씀드렸어요.

"임금님 궁전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대리석 건물이 아닌 것은 옥에 티라고 한 나그네가 말했습니다. 대리석 탑이라도 세우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렇군. 그게 좋겠어. 그런데 대리석이라고 하는 건 대체 어디에 있는 건가?"

"여기서 죽 남쪽으로 산 하나와 사막 하나를 넘어가면 한 부락에 닿습니다. 그곳에 대리석이 얼마든지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 그러면 누가 가지러 가는 건가?"

"그건 지금 수도에 있는 큰 남자가 좋겠습니다. 그는 키가 야자나무만 하고 한걸음에 작은 언덕을 넘습니다."

"그럼 그 남자를 부르도록."


큰 남자는 궁전에 불려 갔어요. 그리고 임금님으로부터 대리석을 가지고 오라는 명령을 받았어요. 도망치면 안 되기에 큰 남자의 발을 쇠사슬로 묶었어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큰 남자는 말하고, 역시 하얀 새를 데리고 남쪽으로 떠났어요. 큰 남자가 나아갈수록 궁전에 쌓인 쇠사슬이 줄어들었어요. 정확히 십구 일째 되는 날에 그 쇠사슬이 다 없어져 끝이 굵은 기둥에 묶여있던 쇠사슬이 팽팽하게 펴졌어요.

그때는 큰 남자도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고 대리석이 있는 부락에 도착해 있었어요. 부락 사람들은 매우 친절해서 대리석을 원하는 대로 내주었어요. 큰 남자는 커다란 대리석 세 개를 받아 짊어지고 하얀 새를 그 위에 앉히고 귀로에 올랐어요.

수도에서는 팽팽했던 쇠사슬이 느슨해졌기에 사람들은 그걸 끌어당겼어요. 돌아가는 길에는 무거운 돌을 가지고 있었기에 큰 남자는 삼십 일 걸려 겨우 수도에 도착했어요.

괴롭고 긴 여행인 탓에 큰 남자는 초라한 고목처럼 되었어요. 하지만 쉬지도 못한 채 바로 그날부터 궁전의 샘 근처에 대리석으로 탑을 쌓으란 분부를 받았어요. 그래도 착한 큰 남자는 결코 한탄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답니다. 명령 받은 대로 매일매일 밤낮으로 망치와 끌만 가지고 대리석을 잘라 점점 쌓아 올렸어요. 큰 남자는 일을 하고 있을 때에도 그 하얀 새를 등에 앉혔어요. 하얀 새는 얌전하게 앉아 있었어요. 큰 남자는 망치를 휘두르며 마치 인간에게 말하듯 하얀 새에게 말했어요.

"너는 대체 어떻게 해야 눈물을 흘리는 거니? 너는 언제 눈물을 흘리는 거야? 너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영원히 공주님이 될 수 없는 거라고. 나는 네가 불쌍해. 그러니까 어서 아름답던 예전의 공주님으로 돌아가 주렴."

이런 때 하얀 새는 고개를 늘어뜨리고 큰 남자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어요.

큰 남자의 작업은 점점 진행되었어요. 늦은 밤에도 쌓아올린 탑 꼭대기에서 망치 소리가 수도 하늘에 울려 퍼졌어요. 수도 사람들은 잠자기 전 항상 창을 열어 큰 남자가 일하는 탑 위를 보았어요. 그곳에는 별과 같은 불빛이 깜박이고 있었어요.

삼월이 지나자 큰 남자가 가져온 대리석이 다 떨어져 버렸어요. 탑의 높이는 궁전에 있는 다른 어떤 건물보다도 높아졌어요. 큰 남자는 다시 커다란 대리석을 세 개 받아 수도로 돌아왔어요. 바로 그날부터 망치와 끌을 가지고 그걸 자르기 시작했어요.

탑은 더욱더 높아졌답니다.

하늘에 구름이 껴 별이 보이지 않는 밤에도 큰 남자의 불은 단 하나의 별과 같이 오도카니 떠올랐어요.


바람이 조금 센 초저녁이었어요. 수도 사람들은 창문에서 탑 위에 있는 불을 우러러보았어요. 불은 바람 때문에 한들한들 흔들리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그때 처음으로 큰 남자가 불쌍하다고 생각했어요. 임금님도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탑 위를 보았어요. 윙윙 부는 바람 사이로 큰 남자의 망치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어요. 역시 임금님도 큰 남자를 불쌍히 여기게 되었는지,

"이런 밤에 일하는 건 미안하군. 그리고 그 남자는 얌전해. 내일은 이제 일을 그만두게 하자." 하고 이야기하셨어요. 그런 건 조금도 모른 채 큰 남자는 계속 일을 했어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하얀 새를 울려 공주님이 되게 할 수 있을지 생각했어요. 문득 큰 남자는 자신이 죽으면, 하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포근한 큰 남자의 등에서 잠들어 있던 하얀 새에게 말을 걸었어요.

"내가 죽으면 너는 슬프지 않니?"

그러자 하얀 새는 눈을 뜨고는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하는 듯이 날개를 쳤어요.

"내가 죽으면 안 되는 거니? 그렇다면 내가 죽는다면 너는 눈물을 흘리겠구나. 좋아! 나는 너를 위해 천국에 갈 테다."

큰 남자는 일어서서 등에서 하얀 새를 내려놓았어요. 하얀 새는 막으려고 큰 남자의 옷자락을 잡아당겼어요. 큰 남자는 하얀 새와 마지막으로 뺨을 비비고,

"그럼 예쁜 하얀 새야, 안녕. 너는 원래 아름다운 공주님으로 돌아가렴……" 하고 말하고 높은 탑 위에서 몸을 던졌어요. 땅에 떨어지는 즉시 죽고 말았어요.

하얀 새는 얼마나 슬펐을까요. 눈물이 폭포와 같이 쏟아졌어요. 그리고 그 순간 마법이 풀려 다시 아름다운 공주님으로 돌아갔어요. 공주는 흐느껴 울며 높은 탑 계단을 구르는 듯 달려 내려와 아버지인 임금님의 방에 뛰어들어갔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일을 임금님에게 이야기했어요. 임금님은 그걸 듣고 면목이 없어 큰 남자에게 사죄하고 다시 감사했어요.

이윽고 임금님으로부터 수도 사람들에게 그 소식이 전해졌을 때 수도 사람들도 울며 큰 남자에게 잘못을 빌었어요.

큰 남자의 시신은 월계수 잎으로 덮여 수도 동쪽에 있는 모래 언덕에 묻혔어요.

공주는 임금님이나 어머니인 왕비에게 자주 말씀드렸답니다.

"저는 언제까지고 하얀 새로 큰 남자의 등에 머물고 싶었어요."


하늘에 구름이 껴 금성 하나만이 흐릿하게 보이는 늦은 밤이면 남국의 사람들은 지금도,

"저건 큰 남자의 불이다." 하고 하늘을 우러러본답니다.



posted by 일각여삼추
2013. 12. 19. 22:16 일본동화

よだかの星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081/files/473_423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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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독새의 별


미야자와 겐지





쏙독새(夜鷹)[각주:1]는, 실로 못생긴 새입니다.

얼굴은 여기저기 먹칠을 한 듯 얼룩덜룩하고, 부리는 납작하고 귀까지 찢어져 있습니다.

다리는 아주 비실비실해서 한 간(間)[각주:2]도 걷지 못 합니다.

다른 새들은 쏙독새의 얼굴을 본 것만으로도 싫어지게 되는 정도였습니다.

이를테면 종달새도 그다지 아름다운 새는 아니지만 쏙독새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해 저녁 때 쏙독새와 만나면 정말 싫은 것처럼 악착스럽게 눈을 감고서 고개를 딴 쪽으로 향하고는 했습니다. 좀더 작은 수다쟁이 새들은 어느 때고 쏙독새의 앞에서 욕을 했습니다.

"흥. 또 나왔구나. 뭐, 저 꼴을 보라지. 정말이지, 새들의 망신거리라니까."

"그래, 저 큰 입을 봐. 분명히 개구리 친척이 아니면 뭐겠어."

이런 식입니다. 아, 쏙독새가 아닌 보통의 매였으면 이런 어중간하게 작은 새들은 이름을 들은 것만으로도 바들바들 떨면서 사색이 되어 몸을 움츠리고는 나뭇잎 그림자에라도 숨었을 테지요. 그러나 쏙독새는 사실 매의 형제도 친척도 아니었습니다. 도리어 쏙독새는 저 아름다운 물총새나 새들의 보물과 같은 벌새의 형이었습니다. 벌새는 꽃의 꿀을 먹고, 물총새는 물고기를 먹고, 쏙독새는 날벌레를 잡아 먹습니다. 더욱이 쏙독새에게는 날카로운 발톱도, 날카로운 부리도 없어서, 아무리 약한 새라도 쏙독새를 무서워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매라고 하는 이름이 왜 붙었나 싶지만, 이것은 첫 번째로 쏙독새의 날개는 무척 세서, 바람을 가르고 날아오를 때에는 마치 매와 같이 보이고, 두 번째로는 울음소리가 날카로워서 또 어딘가 매와 닮은 구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매는 이것을 몹시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 탓에 쏙독새의 얼굴만 보면 어깨에 힘을 주고 빨리 이름을 고쳐라, 이름을 고쳐라 하고 말하고는 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 드디어 매가 쏙독새의 집에 찾아왔습니다.

"이봐, 있는가. 아직도 네 녀석은 이름을 바꾸지 않는 건가. 너도 참 낯짝이 두껍군. 너와 난 격이 전혀 달라. 이를테면 난 파란 하늘을 끝없이 날아갈 수 있지. 너는 흐려서 어두침침한 날이나 밤이 아니면 나오지 않아. 또 내 부리와 발톱을 보고 네 것과 비교해 보아라."

"매 씨. 그건 너무 무리입니다. 제 이름은 제가 마음대로 붙인 게 아닙니다. 신께서 내려주신 것입니다."

"아니. 내 이름은 신께서 내려주셨다고 해도 될 테지만, 네 녀석 이름은 말하자면 나(鷹)와 밤(夜)한테서 빌려온 거지. 자아, 내놔라."

"매 씨. 그건 무리입니다."

"무리가 아니야. 내가 좋은 이름을 알려주지. 이치조(市蔵)라고 하는 거다. 이치조 말이지. 좋은 이름 아닌가. 그리고 이름을 바꿀 때에는 개명신고를 해야지. 알겠나. 그건 말이지, 목에 이치조라고 쓰인 이름표를 걸고 나는 이제부터 이치조라고 합니다, 하고 모두의 집을 돌면서 구두로 전하는 거다."

"그렇게는 도저히 못 하겠습니다."

"아니, 해야 한다. 그렇게 해. 만일 모레 아침까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로 목 졸라 죽여버릴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라. 나는 모레 아침 일찍, 새집을 한 집씩 돌면서 네가 왔는지를 물을 테다. 한 집이라도 오지 않았다고 하는 집이 있으면 그때는 네 녀석도 끝이야."

"그렇지만 그건 너무 무리가 아닙니까. 그렇게 할 바에 저는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습니다.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죽이시죠."

"뭐, 나중에 잘 생각해 봐라. 이치조라면 그렇게 나쁜 이름은 아니지 않나." 매는 큰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자신의 둥지 쪽으로 날아갔습니다.

쏙독새는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모두에게 미움받는 것일까. 내 얼굴은 먹칠을 한 것 같고 입은 찢어졌기 때문인가. 그렇다고 해도 나는 지금까지 나쁜 짓은 아무것도 한 적이 없다. 새끼 동박새가 둥지에서 떨어졌을 때는 구해서 둥지로 데려가 줬다. 그랬더니 동박새는 새끼를 마치 도둑한테서 되찾는 것처럼 나한테서 잡고 떼어 놓았지. 그리고 나서 나를 몹시 비웃었던가. 게다가 아, 이번에는 이치조라니. 목에 이름표를 걸어야 한다니. 괴로운 이야기로군.)

주위는 벌써 어둑어둑해 졌습니다. 쏙독새는 둥지에서 날아올랐습니다. 구름이 심술궃게 빛나며 낮게 떠 있습니다. 쏙독새는 거의 구름에 스칠듯이 하여 소리없이 하늘을 날아다녔습니다.

그리고는 돌연 쏙독새가 입을 크게 벌리고 날개를 죽 뻗어서 마치 화살과 같이 하늘을 가로질렀습니다. 작은 날벌레가 몇 마리씩 몇 마리씩 그 목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몸이 땅에 닿을 듯 닿지 않을 듯 하는 동안 쏙독새는 훌쩍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이제 구름은 쥐색이 되었고, 맞은편 산은 산불로 새빨갛습니다.

쏙독새가 마음먹고 날 때는 하늘이 마치 두 개로 쪼개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투구풍뎅이 한 마리가 쏙독새의 목구멍으로 들어가 심하게 발버둥쳤습니다. 쏙독새는 바로 그것을 삼켰지만 그때 뭔가 등이 오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구름은 이미 시커멓고, 동쪽만이 산불로 빨갛게 비추는 게 무서울 것 같습니다. 쏙독새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다시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다시 투구풍뎅이 한 마리가 쏙독새의 목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치 쏙독새의 목구멍을 긁듯 파닥거렸습니다. 쏙독새는 그것을 억지로 삼켰지만, 그때 갑자기 가슴이 뜨금해서, 쏙독새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울면서 빙글빙글빙글빙글 하늘을 돌았던 것입니다.

(아아, 투구풍뎅이나 많은 날벌레가 매일밤 나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그처럼 이번에는 하나의 내가 매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게 이렇게 괴로운 거다. 아아, 괴로워, 괴롭구나. 나는 이제 벌레를 먹지 않고 굶어 죽겠다. 아니, 그전에 이미 매가 나를 죽이겠지. 아니, 그전에 멀리멀리 하늘 저편으로 떠나자.)

산불은 점점 물처럼 흘러넘쳐 구름도 빨갛게 타는 듯합니다.

쏙독새는 곧장 동생인 물총새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습니다. 예쁜 물총새도 마침 일어나 먼 산불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쏙독새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말했습니다.

"형님, 오셨어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아니, 나는 지금 먼 곳으로 가니 말이지. 그전에 잠깐 너를 만나러 온 거다."

"형님, 가면 안 돼요. 벌새도 아주 먼 곳에 있으니 저 혼자가 되어버리잖아요."

"그건 말이지. 아무리 해도 어쩔 수가 없단다. 더이상 오늘은 아무말도 하지 말아 주렴. 그리고 너도 말이지, 꼭 잡아야 할 때 말고는 장난으로 물고기를 잡거나 하지 않도록 해라. 그럼, 잘 있어."

"형님, 무슨 일인가요. 아니,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아니, 계속 있어도 똑같아. 벌새한테는 나중에 안부를 전해줘. 안녕, 이제는 오지 않을게. 안녕."

쏙독새는 울면서 자기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짧은 여름밤은 이제 날이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양치잎은 새벽 안개를 빨아들여 푸르고 차갑게 흔들렸습니다. 쏙독새는 끼익끼익끼익 울었습니다. 그리고 둥지속을 깔끔히 정리하고 몸 구석구석 날개나 털을 매끈하게 고른 다음, 둥지에서 날아올랐습니다.

안개가 걷히고 해님이 막 동쪽에서 떠올랐습니다. 쏙독새는 어질어질할 정도로 눈부신 것을 참고 화살과 같이 그쪽으로 날아갔습니다.

"해님, 해님. 부디 저를 당신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타 죽어도 좋아요. 저와 같이 못생긴 몸이라도 탈 때는 작은 빛을 내겠지요. 제발 저를 데리고 가 주셔요."

가도 가도, 해님은 가까워지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점점 작고 멀어지면서 해님이 말했습니다.

"너는 쏙독새로구나. 그렇군. 많이 괴롭겠지. 이 다음에 하늘을 날아 별에게 부탁해 보거라. 너는 낮새가 아니니 말이지."

쏙독새는 인사를 한 번 했다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어질어질해서 결국 들판의 풀밭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마치 꿈을 꾸는 듯 했습니다. 몸이 빨갛고 노란 별 사이로 쑥 치오르거나, 계속 바람에 휩쓸리거나, 또 매가 와서 몸을 붙잡거나 하는 것 같았습니다.

차가운 것이 갑자기 얼굴에 떨어졌습니다. 쏙독새는 눈을 떴습니다. 한 그루의 어린 참억새 잎에서 이슬이 방울져 떨어진 것이겠지요. 이미 한밤이 되어 하늘은 검푸르고 온통 별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쏙독새는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오늘밤도 산불은 새빨갛습니다. 쏙독새는 그 불의 희미한 빛과 차가운 별빛 속을 날아다녔습니다. 그 다음에 또 한 번 날아다녔습니다. 그리고는 결심하고 서쪽 하늘의 저 아름다운 오리온자리를 향해 똑바로 날아가며 소리쳤습니다.

"별님. 서쪽의 푸른 별님. 제발 저를 당신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타 죽어도 좋아요."

오리온은 씩씩한 노래를 부르면서 쏙독새 같은 건 상대해주지 않았습니다. 쏙독새는 울것 같아 비틀비틀 떨어지다가 겨우 버티고 다시 한 번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 나서 남쪽의 큰개자리를 향해 똑바로 날아가며 소리쳤습니다.

"별님. 남쪽의 푸른 별님. 제발 저를 당신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타 죽어도 좋아요."

큰개는 파란색, 보라색, 노랑색으로 아름답고 조급하게 깜박이며 말했습니다.

"바보 같은 소리 마라. 네가 도대체 뭐길래. 기껏해야 새가 아니냐. 너의 날개로 여기까지 오려면 억년 조년 억조년이다." 그리고 다시 딴 쪽을 향했습니다.

쏙독새는 실망해서 비틀비틀 떨어지다가 다시 두 번 날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결심하고 북쪽의 큰곰자리를 향해 똑바로 날아가며 소리쳤습니다.

"북쪽의 푸른 별님, 당신이 있는 곳으로 저를 데려가 주세요."

큰곰자리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아라. 조금 머리를 식히고 오거라. 그럴 때는 빙산이 떠있는 바다속으로 뛰어들거나, 가까운데 바다가 없으면 얼음이 떠있는 컵 안의 물속으로 뛰어들거나 하는 게 제일이다."

쏙독새는 실망해서 비틀비틀 떨어지다가 또 다시 네 번 하늘을 돌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 동쪽에서 방금 떠오른 은하수 저편에 있는 벼랑의 독수리성운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동쪽의 하얀 별님. 제발 저를 당신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타 죽어도 좋아요."

독수리는 거만하게 말했습니다.

"아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마라. 별이 되려면 그것에 걸맞는 신분이 아니면 안 돼. 또 돈도 꽤 필요하다고."

쏙독새는 이제 완전히 낙심해서 날개를 접고 땅으로 떨어져 갔습니다. 그리고 이제 일 척 밑 지면으로 그 약한 다리가 닿으려고 할 때, 쏙독새는 돌연 봉화와 같이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하늘에 절반쯤 와서 쏙독새는 마치 독수리가 곰을 덮칠 때와 같이 바르르 몸을 떨고 털을 곤두세웠습니다.

끼익끼익끼익끼익끼익하고 크게 소리쳤습니다. 그 목소리는 꼭 매였습니다. 들판이나 숲에서 자고 있던 다른 새들은 모두 눈을 뜨고 바들바들 떨면서 의아하게 별이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쏙독새는 계속해서, 계속해서 똑바로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이제 산불은 담배꽁초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쏙독새는 오르고 또 올라갔습니다.

추위로 숨은 가슴에서 하얗게 얼어붙었습니다. 공기가 옅어졌기 때문에 날개를 정말로 바삐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별의 크기는 아까와 조금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숨 쉬는 게 풀무와 같았습니다. 추위와 서리가 마치 검처럼 쏙독새를 찔렀습니다. 쏙독새의 날개는 완전히 마비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을 들어 다시 한 번 하늘을 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쏙독새의 최후였습니다. 이제 쏙독새는 떨어지고 있는지 올라가고 있는지, 거꾸로 되었는지, 위를 향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단지 기분은 편안한듯, 그 피 묻은 커다란 부리는 옆으로 휘어있었지만 확실히 살짝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잠시 후에 쏙독새는 똑똑히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지금 도깨비불과 같이 파랗게 아름다운 빛이 되어, 조용히 타오르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바로 옆은 카시오페아좌였습니다. 은하수의 파란 빛이 바로 뒤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쏙독새의 별은 계속 타올랐습니다. 언제까지도 언제까지도 계속 타올랐습니다.

지금도 아직 타오르고 있습니다.


  1. 쏙독새는 일본어로 夜鷹, 즉 밤(夜)과 매(鷹)가 합쳐진 단어다. [본문으로]
  2. 6척(=1.81818미터) [본문으로]
posted by 일각여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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