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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여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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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12. 00:18 일본괴담

碧玉の環飾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154/files/1624_16895.html


당(唐) 대종(代宗) 황제 광덕(広徳) 대의 일이다. 손각(孫恪)이란 젊고 가난한 남자가 있었는데 낙양(洛陽)에 있는 위토지(魏土地)란 곳에 놀러갔다. 놀러갔다고는 하지만 여행을 다니려고 했다기 보다는 유랑(流浪)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이 위토지에는 터줏대감으로 원(袁)이란 성을 가진 호족이 있었다. 손각은 별 목적은 없었지만 그 앞을 지나가다가 그저 호기심에 들여다 보니 문지기는 커녕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푸른 발이 드리워진 작은 방이 있었다. 손각이 그 옆으로 다가가 안쪽을 살피려 하자 안에서 문을 열고 젊고 예쁜 여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손각은 이 여자가 주인집 딸이겠거니 싶어 인사를 하려 하자 여자는 놀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손각이 거북해 멍하니 서 있으니 푸른 옷을 입은 소녀가 나와서,

"무슨 용무로 이곳에 오셨나요."

하고 물었다. 그래서 손각은,

"지나가다 들어온 사람이오. 무례를 범해 미안하오."

하고 멋대로 대문 안으로 들어온 일을 사과했다.

그러자 청의를 입은 소녀는 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처음에 봤던 여자가 소녀를 데리고 나왔다. 손각은 소녀를 향해,

"이 분은 누구신가."

하고 묻자 소녀는,

"원 장관(長官)의 따님으로 이곳 주인이세요."

하고 말했다.

"주인은 이미 결혼을 하셨는가."

하고 손각이 또 묻자,

"아직 결혼은 하지 않으셨어요."

하고 소녀가 대답했다.

그 뒤 여자와 소녀는 같이 들어가더니 곧 소녀에게 다과를 가져오게 하여 건네며

"나그네 마음에 원하는 게 있으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네."

하고 말했다. 이미 여자에게 연모의 마음을 가지고 있던 손각은,

"나는 가난한 나그네로, 학문도 재주도 없는 것에 비해 원 씨는 재산이 많을뿐만 아니라 현명하기까지 하니 감히 바랄 수 없는 일이기는 하나 만약 결혼할 수 있다면 매우 경사스러울 것이오."

하고 결혼신청을 하자 여자는 승낙하고 소녀를 중매인으로 세워 결혼식을 올리는 것과 동시에 손각은 여자 집에 그대로 눌러앉아 데릴사위가 되었다.

그리고 사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손각은 어느 날 친척인 장한운(張閑雲)이란 사람을 떠올리고는 오랜만에 그 집에 갔다. 한운은 손각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더니,

"자네 낯빛이 무척 나쁘군. 이건 분명 요괴한테 홀린 게야."

하고 말하니 손각은 별로 짚이는 데가 없어서,

"그다지 의심스러운 일은 없는걸."

하고 믿지 않았다.

"사람은 천지음양의 기를 받아 혼백을 간직하고 있네. 혹 양이 쇠하고 음이 자라나면 그 빛이 홀연 겉에 드러나지만 본인은 모르지."

하고 한운이 주장해 손각은 원 씨의 데릴사위가 된 일을 말했다. 그러자 한운이,

"그건 이상하군. 속히 떠나게나."

하고 권했지만 손각은,

"그렇지만 원 씨는 재산도 있으면서 현명한 여자인데, 나를 위해 정말 애쓴다네. 그 은혜를 두고 떠날 수는 없어."

하며 그 말을 듣지 않으므로 한운은 화를 내며,

"사악한 요괴의 괴이한 은혜는 은혜라고 하지 않고, 또 거기에 등을 돌린다고 불의라고 하지 않아. 내 집에 보검이 있으니 빌려 주겠네. 그걸 차고 가면 요마(妖魔) 같은 건 천 리 밖으로 도망갈 터이니."

하고 말하고 칼 한 자루를 꺼내 왔다.

손각은 마음속으로 망설이면서도 그 검을 가지고 돌아갔다. 그러자 원 씨는 벌써 그걸 알아채고,

"당신은 원래 가난한 것을 제가 불쌍히 여겨 부부가 되어 정이 날로 깊어졌음에도 그 은의(恩義)를 잊고 저를 버리려고 하는 건 도리에 어긋나는 처사가 아닌가요."

하고 말하며 울었다. 손각은 그 말을 듣고 매우 부끄러웠다.

"이건 나의 본의가 아니라 친척인 장한운이 억지로 시켜 할 수 없이 하려던 거요. 부디 화를 거두어 주시오. 내 다시 딴마음 먹지 않으리다."

하고 눈물을 흘리며 빌었다.

그러자 원 씨는 손각이 갖고 온 검을 손에 들고 젓가락 같이 뚝뚝 부러뜨렸다. 손각은 겁이 나서 달아나려고 했지만 그것도 무서워서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원 씨는 방긋 웃으며 손각의 얼굴을 보고,

"수년간 같이 살며 이런 사이가 됐으니 결코 낭군을 해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

하고 말했다. 손각은 도망치는 것도 무서워 그대로 원 씨의 사위로 남았다. 그 뒤 손각이 장한운을 만나 그날 일을 말하자 한운은 기겁하며,

"그런 괴이한 변고가 있나."

하고 다시는 손각과 만나지 않았다.

이윽고 원 씨는 두 남자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매우 영리해 이십 세가 되지 않은 적부터 자주 집안 일을 도왔다. 그때가 되서야 손각은 관운이 트였는지 당 수도 장안(長安)으로 부임받게 되어 일가 모두 출발했다. 서주(瑞州)란 곳에 닿자 원 씨는 손각을 향해,

"서주 결산사(決山寺)란 절에 친한 스님이 있어요. 동서(東西)로 헤어지고 수십 년이 지났으니 꼭 만나보고 싶어요."

하고 말해 결산사로 가 주지인 노승을 만났지만 노승은 원 씨를 알지 못했다. 원 씨는 다시 품에서 벽옥의 고리 장식을 꺼내 노승 앞에 놓고,

"이건 이 절의 물건이오."

하고 말했지만 노승은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때 뜰 저편 수목에 수십 마리의 원숭이가 나와 울어댔다. 그걸 본 원 씨는 무척 슬픈듯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붓을 빌려 벽에 시를 써내려 가더니, 다 쓰자 옆에 있는 두 아이를 안고 하염없이 울다 손각이 있는 쪽을 향해,

"이제부터 영원한 이별이에요."

하고 입었던 옷을 찢어 던지니 불그스름한 얼굴에 둥근 눈의 커다란 늙은 원숭이였다. 그걸 본 모두가 놀라는 동안 늙은 원숭이는 뜰 저편의 큰 나무 위로 뛰어올라 남편과 아이 쪽를 보며 울다가, 이윽고 울창한 푸른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손각은 두 아이를 끌어안고 울며 슬퍼했다.

그다음에 손각은 노승을 향해,

"이것에 대해 뭔가 짐작 가는 데가 있소."

하고 물었다. 노승은 오랫동안 옛날 일을 추념하더니,

"소승이 아직 사미였을 무렵 암컷 원숭이 한 마리를 키웠는데, 어느 날 현종(玄宗) 황제의 칙사 고력사(高力士)가 이 절에 와서 그 원숭이가 민첩한 것을 보고는, 비단을 두고 원숭이를 데려가 현종에게 바쳤소. 현종도 그 원숭이를 무척 아껴 상양궁(上陽宮)에서 키우게 했는데, 안녹산(安禄山)의 난이 일어나 원숭이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고 들었소만 지금 잘 생각해 보니 이 고리 장식은 늘 그 원숭이 목에 끼고 있던 거요."

하고 말했다. 손각은 그걸 듣고는 더욱더 슬퍼져 장안에 가는 걸 중지하고 돌아갔다.



posted by 일각여삼추
2014. 1. 10. 23:38 일본동화

巨男の話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121/files/3313_10260.html


큰 남자와 어머니가 사는 곳은 여기서 멀리 떨어진 어느 숲 속였어요.

큰 남자의 어머니는 무서운 마녀였어요. 독수리와 같이 높은 코에 뱀과 같이 날카로운 눈을 가진 무서운 마녀였답니다.


어느 달밤의 일이었어요.

마녀와 큰 남자가 잠이 들었을 무렵 누군가 집 밖에서 대문을 두드렸어요. 큰 남자가 일어나 문을 열어보니 두 여자가 한 소녀를 데리고 서 있었어요.

"이 분은 이 나라의 공주님입니다. 저희는 시녀입니다. 오늘 공주님을 모시고 숲으로 놀러 나왔는데 길을 잃어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부디 오늘 하룻밤만 묵을 곳을 빌려 주십시오." 하고 한 여자가 말했어요.

그러자 안에서,

"들어오세요. 누추한 곳입니다만, 마음 편히 쉬고 가십시오." 하고 마녀가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래서 셋은 안으로 들어가 쉬었어요.

다음 날 아침, 큰 남자가 눈을 뜨자 두 여자는 까만 새로, 공주님은 하얀 새로 변해 있었어요. 마녀가 마법을 부려 그렇게 된 것이었어요.

마녀는 큰 남자가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세 마리 새를 창문으로 날려 보냈어요. 세 마리 새는 날아갔어요. 하지만 하얀 새는 저녁이 되자 구슬피 울며 마녀의 집으로 돌아왔어요. 큰 남자는 가엽게 여겨 몰래 하얀 새를 기르기로 했답니다. 낮에는 들판에 놓아주고, 밤에는 자기 침대 안에서 재웠어요.


큰 남자가 커질수록 마녀는 점점 나이를 먹어 결국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매일 침대 위에 드러누워 자식인 큰 남자에게 마법을 가르쳤어요. 하지만 그 마법은 모두 인간을 가지각색의 새로 변하게 하는 거였어요.

차차 마녀는 더욱더 약해져 이제 죽을 것 같이 되었어요. 이때 마법을 풀 방법을 알아내지 못하면 그 하얀 새는 영원히 공주님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한 큰 남자는 마녀의 머리맡에 다가가,

"지금까지 어머니는 인간을 가지각색의 새로 변하게 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지만, 아직 마법을 푸는 건 가르쳐 주시지 않았습니다. 부디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부탁했어요.

"그럼 가르쳐 주마." 하고 마녀는 말했지만 이미 숨이 끊어질 것 같이 목소리가 모기만 했어요.

"어머니, 분명히 말해 주세요!"

큰 남자는 마녀의 입가에 귀를 가져다 댔어요.

"새가 눈물을 흘리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단다……" 이것만 말하고 마녀는 머리를 늘어뜨린 채 죽고 말았어요.

큰 남자는 죽은 마녀를 하얀 관에 모시고 야자나무 밑동에 묻었어요. 그리고 바로 하얀 새를 데리고 숲에 있는 집을 나섰어요.

큰 남자는 수도로 상경하려고 마음먹었어요. 도중에 어떻게 해서든 하얀 새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려고 했어요. 머리를 두드리고 궁둥이를 꼬집어 봤어요. 하지만 하얀 새는 절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어요. 그저 구슬픈 듯한 소리를 지를 뿐이었답니다. 끝에 가서는 불쌍하게 느껴져 큰 남자는 어느샌가 하얀 새에게 뺨을 비비고 있었어요. 그리고 큰 남자의 눈에 눈물이 맺혔어요.

큰 남자는 밤낮없이 걸어 집을 나선지 칠 일째에 오고자 했던 수도에 닿았어요. 하지만 수도 사람들은 큰 남자가 무서운 마녀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몰래 큰 남자를 죽이려고 했어요. 그중 한 남자가 대표가 되어 임금님이 살고 계신 궁전에 찾아갔어요. 그리고 임금님에게 이렇게 말씀드렸어요.

"임금님 궁전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대리석 건물이 아닌 것은 옥에 티라고 한 나그네가 말했습니다. 대리석 탑이라도 세우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렇군. 그게 좋겠어. 그런데 대리석이라고 하는 건 대체 어디에 있는 건가?"

"여기서 죽 남쪽으로 산 하나와 사막 하나를 넘어가면 한 부락에 닿습니다. 그곳에 대리석이 얼마든지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 그러면 누가 가지러 가는 건가?"

"그건 지금 수도에 있는 큰 남자가 좋겠습니다. 그는 키가 야자나무만 하고 한걸음에 작은 언덕을 넘습니다."

"그럼 그 남자를 부르도록."


큰 남자는 궁전에 불려 갔어요. 그리고 임금님으로부터 대리석을 가지고 오라는 명령을 받았어요. 도망치면 안 되기에 큰 남자의 발을 쇠사슬로 묶었어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큰 남자는 말하고, 역시 하얀 새를 데리고 남쪽으로 떠났어요. 큰 남자가 나아갈수록 궁전에 쌓인 쇠사슬이 줄어들었어요. 정확히 십구 일째 되는 날에 그 쇠사슬이 다 없어져 끝이 굵은 기둥에 묶여있던 쇠사슬이 팽팽하게 펴졌어요.

그때는 큰 남자도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고 대리석이 있는 부락에 도착해 있었어요. 부락 사람들은 매우 친절해서 대리석을 원하는 대로 내주었어요. 큰 남자는 커다란 대리석 세 개를 받아 짊어지고 하얀 새를 그 위에 앉히고 귀로에 올랐어요.

수도에서는 팽팽했던 쇠사슬이 느슨해졌기에 사람들은 그걸 끌어당겼어요. 돌아가는 길에는 무거운 돌을 가지고 있었기에 큰 남자는 삼십 일 걸려 겨우 수도에 도착했어요.

괴롭고 긴 여행인 탓에 큰 남자는 초라한 고목처럼 되었어요. 하지만 쉬지도 못한 채 바로 그날부터 궁전의 샘 근처에 대리석으로 탑을 쌓으란 분부를 받았어요. 그래도 착한 큰 남자는 결코 한탄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답니다. 명령 받은 대로 매일매일 밤낮으로 망치와 끌만 가지고 대리석을 잘라 점점 쌓아 올렸어요. 큰 남자는 일을 하고 있을 때에도 그 하얀 새를 등에 앉혔어요. 하얀 새는 얌전하게 앉아 있었어요. 큰 남자는 망치를 휘두르며 마치 인간에게 말하듯 하얀 새에게 말했어요.

"너는 대체 어떻게 해야 눈물을 흘리는 거니? 너는 언제 눈물을 흘리는 거야? 너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영원히 공주님이 될 수 없는 거라고. 나는 네가 불쌍해. 그러니까 어서 아름답던 예전의 공주님으로 돌아가 주렴."

이런 때 하얀 새는 고개를 늘어뜨리고 큰 남자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어요.

큰 남자의 작업은 점점 진행되었어요. 늦은 밤에도 쌓아올린 탑 꼭대기에서 망치 소리가 수도 하늘에 울려 퍼졌어요. 수도 사람들은 잠자기 전 항상 창을 열어 큰 남자가 일하는 탑 위를 보았어요. 그곳에는 별과 같은 불빛이 깜박이고 있었어요.

삼월이 지나자 큰 남자가 가져온 대리석이 다 떨어져 버렸어요. 탑의 높이는 궁전에 있는 다른 어떤 건물보다도 높아졌어요. 큰 남자는 다시 커다란 대리석을 세 개 받아 수도로 돌아왔어요. 바로 그날부터 망치와 끌을 가지고 그걸 자르기 시작했어요.

탑은 더욱더 높아졌답니다.

하늘에 구름이 껴 별이 보이지 않는 밤에도 큰 남자의 불은 단 하나의 별과 같이 오도카니 떠올랐어요.


바람이 조금 센 초저녁이었어요. 수도 사람들은 창문에서 탑 위에 있는 불을 우러러보았어요. 불은 바람 때문에 한들한들 흔들리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그때 처음으로 큰 남자가 불쌍하다고 생각했어요. 임금님도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탑 위를 보았어요. 윙윙 부는 바람 사이로 큰 남자의 망치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어요. 역시 임금님도 큰 남자를 불쌍히 여기게 되었는지,

"이런 밤에 일하는 건 미안하군. 그리고 그 남자는 얌전해. 내일은 이제 일을 그만두게 하자." 하고 이야기하셨어요. 그런 건 조금도 모른 채 큰 남자는 계속 일을 했어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하얀 새를 울려 공주님이 되게 할 수 있을지 생각했어요. 문득 큰 남자는 자신이 죽으면, 하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포근한 큰 남자의 등에서 잠들어 있던 하얀 새에게 말을 걸었어요.

"내가 죽으면 너는 슬프지 않니?"

그러자 하얀 새는 눈을 뜨고는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하는 듯이 날개를 쳤어요.

"내가 죽으면 안 되는 거니? 그렇다면 내가 죽는다면 너는 눈물을 흘리겠구나. 좋아! 나는 너를 위해 천국에 갈 테다."

큰 남자는 일어서서 등에서 하얀 새를 내려놓았어요. 하얀 새는 막으려고 큰 남자의 옷자락을 잡아당겼어요. 큰 남자는 하얀 새와 마지막으로 뺨을 비비고,

"그럼 예쁜 하얀 새야, 안녕. 너는 원래 아름다운 공주님으로 돌아가렴……" 하고 말하고 높은 탑 위에서 몸을 던졌어요. 땅에 떨어지는 즉시 죽고 말았어요.

하얀 새는 얼마나 슬펐을까요. 눈물이 폭포와 같이 쏟아졌어요. 그리고 그 순간 마법이 풀려 다시 아름다운 공주님으로 돌아갔어요. 공주는 흐느껴 울며 높은 탑 계단을 구르는 듯 달려 내려와 아버지인 임금님의 방에 뛰어들어갔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일을 임금님에게 이야기했어요. 임금님은 그걸 듣고 면목이 없어 큰 남자에게 사죄하고 다시 감사했어요.

이윽고 임금님으로부터 수도 사람들에게 그 소식이 전해졌을 때 수도 사람들도 울며 큰 남자에게 잘못을 빌었어요.

큰 남자의 시신은 월계수 잎으로 덮여 수도 동쪽에 있는 모래 언덕에 묻혔어요.

공주는 임금님이나 어머니인 왕비에게 자주 말씀드렸답니다.

"저는 언제까지고 하얀 새로 큰 남자의 등에 머물고 싶었어요."


하늘에 구름이 껴 금성 하나만이 흐릿하게 보이는 늦은 밤이면 남국의 사람들은 지금도,

"저건 큰 남자의 불이다." 하고 하늘을 우러러본답니다.



posted by 일각여삼추
2014. 1. 10. 20:03 일본괴담

酒友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154/files/1651_16636.html


샤(車)라고 하는 남자는 가난하면서 술만 마셨다. 밤마다 세 잔 정도의 벌주를 먹이지 않으면 잘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머리맡에는 항상 술을 두지 않은 적이 없었다. 어느 날 밤, 눈을 떠 뒤척이고 있으니 누군가 같이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이불이 벗겨져 떨어진 까닭이라고 생각하고 손을 대어 쓰다듬어 보자 털이 덥수룩하게 만져졌다. 그건 사람이 아니라 큰 고양이인 것 같았다. 불을 켜고 보니 여우였는데 지독히 술에 취해있는 듯 쿨쿨 자고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해 머리맡 술병을 보자 비어있었다. 샤는 웃으며,

"이 녀석은 내 술친구로군."

하고 말하고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아 이불을 덮어주고 난 다음 자신도 옆에서 자려 했지만 여우가 어떻게 나올지 보고 싶어 불을 끄지 않고 보고 있었다. 여우는 한밤중에 깨어 하품했다. 샤는 웃으며,

"잘 잤구나."

하고 말하고 이불을 벗기니 유생(儒者)의 갓을 쓴 수재가 되어 있었다. 그는 일어나 평상 앞에서 절을 하며 자신을 죽이지 않은 은혜에 감사했다. 샤는,

"난 술꾼이라 사람들이 바보라고 하지만 자네는 나의 포숙(鮑叔)이네. 혹시 나를 의심하지 않는다면 술친구가 되지 않겠는가."

하고 말하고 소매를 끌어 평상 위에 올리고 또 함께 잤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부터 자네는 매일 밤 오게나, 의심하지 말고 말이지."

여우는 승낙했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여우는 이미 없었다. 맛있는 술을 병 가득히 채워놓고 여우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밤이 되니 과연 여우가 왔다. 샤는 여우를 옆에 앉히고 즐겁게 마셨는데, 여우는 술이 셀뿐만 아니라 농담도 잘했다. 샤는 그 여우와 더 일찍 알게 되지 못한 것을 애석하게 여기게 되었다. 한 번은 여우가 말했다.

"항상 좋은 술을 얻어먹기만 해서야, 어떻게 해야 자네의 후의에 보답할 수 있을까."

샤는 말했다.

"그런 건 어찌 되든 좋지 않은가."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자네는 가난하니까 술을 살 돈도 부족하지 않나. 내 자네 술값을 한 번 주선해 보겠네."

다음 날 밤 여우는 다시 왔다.

"지금부터 동남쪽으로 칠 리(里) 가면 길가에 돈이 떨어져 있을 걸세. 빨리 가서 주워오게나."

샤는 그 말에 따라 다음 날 아침 일찍 갔다. 과연 이 엔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그걸 주워 괜찮은 안주를 사 그날 밤 술에 보탰다.

여우는 다시 말했다.

"이 집 뒤에 움막이 있으니 열어 보게나."

샤는 여우 말대로 찾아보았다. 과연 움막이 있어 많은 돈이 들어 있었다. 샤는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내 지갑에도 돈이 얼마간 있으니, 쓸데없이 술 사는 걸 근심하지 말게나 인가."[각주:1]

여우는 말했다.

"그게 아니라네. 수레(車)의 바퀴 자국에 고인 물은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좀 더 즐거운 일을 생각하세나."

그 다음 만난 때 여우는 샤에게 말했다.

"시장에 당아욱 값이 매우 싸네, 이것이야말로 횡재가 아니겠는가."

그 길로 샤는 당아욱을 사오 석(石) 샀다. 사람들은 모두 그걸 비웃었지만, 이윽고 큰 가뭄이 들어 곡식이 죄다 마르고 당아욱만을 심을 수 있게 되었다. 샤는 당아욱 씨를 팔아 열 배의 이익을 얻어 돈도 점점 쌓여 비옥한 밭을 이백 묘(畝)[각주:2]나 경작하게 되었다. 그 다음에 보리를 많이 심자 잘 자라 많이 거둬들이고, 수수를 심자 수수가 잘 자라 많이 거둬들였다. 씨를 뿌리고 심는 건 늦든 이르든 전부 여우의 판단을 따랐다. 샤와 여우는 나날이 친밀해졌다. 여우는 샤의 아내를 형수라고 부르고 아이를 자신의 애처럼 귀여워했다. 시간이 지나 샤가 죽자 마침내 여우도 오지 않게 되었다.

  1. 당나라 시인 하지장의 시 제원씨별업(題袁氏別業)의 시구(詩句) [본문으로]
  2. 1묘가 30평 [본문으로]
posted by 일각여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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