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일각여삼추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

'2013/12/19'에 해당되는 글 2

  1. 2013.12.19 나카지마 아츠시『빛과 바람과 꿈』 一
  2. 2013.12.19 미야자와 겐지『쏙독새의 별』
2013. 12. 19. 22:23 일본문학

光と風と夢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119/files/1743_14532.html

──────────────────────────────────────────────────────────────



1884년 5월 어느 늦은 밤, 35세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스는 남프랑스 예일의 객사에서 돌연 심한 각혈에 시달렸다. 급히 달려온 아내에게 그는 종이칼[각주:1]에 이렇게 적어 보여주었다.

「두려워할 것은 없소. 이게 죽음이라면 편한 것이니.」

그후 그는 요양지를 찾아 전전해야만 했다. 영국 남부의 휴양지 본머스에서 삼 년 있은 후, 콜로라도로 가보라는 의사의 말에 따라 대서양을 건넜다. 미국도 생각처럼 좋지 않아 이번에는 남태평양행을 해보기로 했다. 70톤의 스쿠너는 마르키즈, 투아모투, 타히티, 하와이, 길버트를 거쳐 일 년 반의 순항 끝에 1889년 말 사모아의 아피아 항에 닿았다. 해상 생활은 쾌적했고, 섬의 기후는 부족함이 없었다. 스스로 「기침과 뼈일 뿐이다」라던 스티븐스의 몸도 일단 소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살 마음이 들어, 아피아 시외에 사백 에이커 정도의 토지를 구입했다. 물론 여기서 일생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다음해 이월, 구입했던 토지의 개간이나 건축을 잠시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자신은 시드니까지 외출했다. 거기서 배편을 기다려 일단 영국에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 영국에 있는 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써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난 이제 한 번밖에 영국에 돌아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네. 그리고 그 한 번이란, 죽을 때겠지. 나는 열대에 있어야만 조금이나마 건강한 것 같네. 아열대인 이곳(뉴칼레도니아)에서도 나는 금방 감기에 걸리더군. 시드니에서는 결국 각혈까지 오고 말았지. 안개가 짙은 영국에 돌아가는 일 따윈 지금은 생각조차 하기 힘들어. ……난 슬픈 것일까? 영국에 있는 일고여덟명, 미국에 있는 한두명의 친구와 만날 수 없게 된다는 것, 그게 괴로울 뿐이지. 그걸 빼고는 오히려 사모아가 더 마음에 든다네. 바다와 섬의 원주민들, 섬 생활과 기후가 나를 정말로 행복하게 해주겠지. 나는 이 유형(流刑)을 절대로 불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네.」

그해 십일월, 그는 겨우 건강을 되찾아 사모아로 돌아왔다. 그의 매입지에는 원주민 목수가 만든 작은 오두막집이 세워져 있었다. 본건축은 백인 목수가 아니면 할 수 없다. 그게 완성될 때까지 스티븐스와 그의 아내 패니는 오두막집에서 먹고 자면서 스스로 원주민들의 감독을 맡아 개간에 돌입했다. 그곳은 아피아 시에서 남쪽으로 삼 마일 떨어진 휴화산 바에아의 산중턱으로, 다섯 개의 시냇물과 세 개의 폭포, 그외 몇 개의 협곡과 벼랑을 포함한 육백 미터에서 천삼백 미터에 이르는 높이의 대지(台地)였다. 원주민들은 이 땅을 바이리아라고 불렀다. 다섯 강이라는 뜻이다. 울창한 열대림과 묘망한 남태평양의 조망을 가진 이 땅에 자신의 힘으로 생활의 초석을 세워나가는 것은 스티븐스에게 있어서 어릴 적 모형 정원 놀이와 같은 순수한 기쁨이었다. 자기 손으로 자기 생활을 직접 유지함에 대한 의식(意識)――스스로 말뚝을 하나하나 박아넣은 그 땅 위의 집에 살면서, 스스로 톱을 들고 만드는 것을 도운 의자에 앉아, 스스로 괭이를 잡아 일군 밭에서 키운 야채와 과실을 얼마든지 먹는 것――유년 시절 처음 자력으로 만들어낸 수공품을 테이블 위에 놓고 관찰했을 때의 신선한 자존심을 되찾아 주었다. 이 오두막집을 구성하고 있는 통나무와 판자, 하루하루의 음식물까지 모두 그 내력을 알고 있다는 것――요컨대, 저 나무들은 전부 자신의 산에서 베어져 자신의 눈앞에서 대패질한 물건이고, 저 음식물의 출처도 전부 확실히 파악하고 있다는(이 오렌지는 어떤 나무에서 딴 거고, 이 바나나는 어떤 밭에서 나왔다는) 것. 이것도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든 요리가 아니면 안심하고 먹을 수 없었던 스티븐스에게, 어딘가 안심을 갖게 해주었다.

그는 로빈슨 크루소, 또는 월터 휘트만의 생활을 실현하고 있었다. 「태양과 대지와 생물을 사랑하고, 부를 경멸하며, 원하는 자에게 내려주는 백인문명과 닮았다고 하는 커다란 편견과 가정. 교육받지 못하고[각주:2] 힘이 넘치는 사람들과 함께 활보하고, 밝은 바람과 빛 속에서 힘든 노동을 한 피부 밑에서 피가 도는 것을 기분좋게 느끼며, 사람들에게 비웃음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잊고는 정말이라 생각하는 것만 말하고 정말로 원하는 것만 행한다.」 이것이 그의 새로운 생활이었다.


  1. 원문은 紙切り로 切り紙에 자른 종이쪼가리라는 뜻이 있어 切り紙의 오기가 아닐까 의심됨. [본문으로]
  2. 教育なき [본문으로]
posted by 일각여삼추
2013. 12. 19. 22:16 일본동화

よだかの星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081/files/473_42318.html

──────────────────────────────────────────────────────────────


쏙독새의 별


미야자와 겐지





쏙독새(夜鷹)[각주:1]는, 실로 못생긴 새입니다.

얼굴은 여기저기 먹칠을 한 듯 얼룩덜룩하고, 부리는 납작하고 귀까지 찢어져 있습니다.

다리는 아주 비실비실해서 한 간(間)[각주:2]도 걷지 못 합니다.

다른 새들은 쏙독새의 얼굴을 본 것만으로도 싫어지게 되는 정도였습니다.

이를테면 종달새도 그다지 아름다운 새는 아니지만 쏙독새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해 저녁 때 쏙독새와 만나면 정말 싫은 것처럼 악착스럽게 눈을 감고서 고개를 딴 쪽으로 향하고는 했습니다. 좀더 작은 수다쟁이 새들은 어느 때고 쏙독새의 앞에서 욕을 했습니다.

"흥. 또 나왔구나. 뭐, 저 꼴을 보라지. 정말이지, 새들의 망신거리라니까."

"그래, 저 큰 입을 봐. 분명히 개구리 친척이 아니면 뭐겠어."

이런 식입니다. 아, 쏙독새가 아닌 보통의 매였으면 이런 어중간하게 작은 새들은 이름을 들은 것만으로도 바들바들 떨면서 사색이 되어 몸을 움츠리고는 나뭇잎 그림자에라도 숨었을 테지요. 그러나 쏙독새는 사실 매의 형제도 친척도 아니었습니다. 도리어 쏙독새는 저 아름다운 물총새나 새들의 보물과 같은 벌새의 형이었습니다. 벌새는 꽃의 꿀을 먹고, 물총새는 물고기를 먹고, 쏙독새는 날벌레를 잡아 먹습니다. 더욱이 쏙독새에게는 날카로운 발톱도, 날카로운 부리도 없어서, 아무리 약한 새라도 쏙독새를 무서워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매라고 하는 이름이 왜 붙었나 싶지만, 이것은 첫 번째로 쏙독새의 날개는 무척 세서, 바람을 가르고 날아오를 때에는 마치 매와 같이 보이고, 두 번째로는 울음소리가 날카로워서 또 어딘가 매와 닮은 구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매는 이것을 몹시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 탓에 쏙독새의 얼굴만 보면 어깨에 힘을 주고 빨리 이름을 고쳐라, 이름을 고쳐라 하고 말하고는 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 드디어 매가 쏙독새의 집에 찾아왔습니다.

"이봐, 있는가. 아직도 네 녀석은 이름을 바꾸지 않는 건가. 너도 참 낯짝이 두껍군. 너와 난 격이 전혀 달라. 이를테면 난 파란 하늘을 끝없이 날아갈 수 있지. 너는 흐려서 어두침침한 날이나 밤이 아니면 나오지 않아. 또 내 부리와 발톱을 보고 네 것과 비교해 보아라."

"매 씨. 그건 너무 무리입니다. 제 이름은 제가 마음대로 붙인 게 아닙니다. 신께서 내려주신 것입니다."

"아니. 내 이름은 신께서 내려주셨다고 해도 될 테지만, 네 녀석 이름은 말하자면 나(鷹)와 밤(夜)한테서 빌려온 거지. 자아, 내놔라."

"매 씨. 그건 무리입니다."

"무리가 아니야. 내가 좋은 이름을 알려주지. 이치조(市蔵)라고 하는 거다. 이치조 말이지. 좋은 이름 아닌가. 그리고 이름을 바꿀 때에는 개명신고를 해야지. 알겠나. 그건 말이지, 목에 이치조라고 쓰인 이름표를 걸고 나는 이제부터 이치조라고 합니다, 하고 모두의 집을 돌면서 구두로 전하는 거다."

"그렇게는 도저히 못 하겠습니다."

"아니, 해야 한다. 그렇게 해. 만일 모레 아침까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로 목 졸라 죽여버릴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라. 나는 모레 아침 일찍, 새집을 한 집씩 돌면서 네가 왔는지를 물을 테다. 한 집이라도 오지 않았다고 하는 집이 있으면 그때는 네 녀석도 끝이야."

"그렇지만 그건 너무 무리가 아닙니까. 그렇게 할 바에 저는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낫습니다.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죽이시죠."

"뭐, 나중에 잘 생각해 봐라. 이치조라면 그렇게 나쁜 이름은 아니지 않나." 매는 큰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자신의 둥지 쪽으로 날아갔습니다.

쏙독새는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모두에게 미움받는 것일까. 내 얼굴은 먹칠을 한 것 같고 입은 찢어졌기 때문인가. 그렇다고 해도 나는 지금까지 나쁜 짓은 아무것도 한 적이 없다. 새끼 동박새가 둥지에서 떨어졌을 때는 구해서 둥지로 데려가 줬다. 그랬더니 동박새는 새끼를 마치 도둑한테서 되찾는 것처럼 나한테서 잡고 떼어 놓았지. 그리고 나서 나를 몹시 비웃었던가. 게다가 아, 이번에는 이치조라니. 목에 이름표를 걸어야 한다니. 괴로운 이야기로군.)

주위는 벌써 어둑어둑해 졌습니다. 쏙독새는 둥지에서 날아올랐습니다. 구름이 심술궃게 빛나며 낮게 떠 있습니다. 쏙독새는 거의 구름에 스칠듯이 하여 소리없이 하늘을 날아다녔습니다.

그리고는 돌연 쏙독새가 입을 크게 벌리고 날개를 죽 뻗어서 마치 화살과 같이 하늘을 가로질렀습니다. 작은 날벌레가 몇 마리씩 몇 마리씩 그 목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몸이 땅에 닿을 듯 닿지 않을 듯 하는 동안 쏙독새는 훌쩍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이제 구름은 쥐색이 되었고, 맞은편 산은 산불로 새빨갛습니다.

쏙독새가 마음먹고 날 때는 하늘이 마치 두 개로 쪼개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투구풍뎅이 한 마리가 쏙독새의 목구멍으로 들어가 심하게 발버둥쳤습니다. 쏙독새는 바로 그것을 삼켰지만 그때 뭔가 등이 오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구름은 이미 시커멓고, 동쪽만이 산불로 빨갛게 비추는 게 무서울 것 같습니다. 쏙독새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다시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다시 투구풍뎅이 한 마리가 쏙독새의 목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치 쏙독새의 목구멍을 긁듯 파닥거렸습니다. 쏙독새는 그것을 억지로 삼켰지만, 그때 갑자기 가슴이 뜨금해서, 쏙독새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울면서 빙글빙글빙글빙글 하늘을 돌았던 것입니다.

(아아, 투구풍뎅이나 많은 날벌레가 매일밤 나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그처럼 이번에는 하나의 내가 매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게 이렇게 괴로운 거다. 아아, 괴로워, 괴롭구나. 나는 이제 벌레를 먹지 않고 굶어 죽겠다. 아니, 그전에 이미 매가 나를 죽이겠지. 아니, 그전에 멀리멀리 하늘 저편으로 떠나자.)

산불은 점점 물처럼 흘러넘쳐 구름도 빨갛게 타는 듯합니다.

쏙독새는 곧장 동생인 물총새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습니다. 예쁜 물총새도 마침 일어나 먼 산불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쏙독새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말했습니다.

"형님, 오셨어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아니, 나는 지금 먼 곳으로 가니 말이지. 그전에 잠깐 너를 만나러 온 거다."

"형님, 가면 안 돼요. 벌새도 아주 먼 곳에 있으니 저 혼자가 되어버리잖아요."

"그건 말이지. 아무리 해도 어쩔 수가 없단다. 더이상 오늘은 아무말도 하지 말아 주렴. 그리고 너도 말이지, 꼭 잡아야 할 때 말고는 장난으로 물고기를 잡거나 하지 않도록 해라. 그럼, 잘 있어."

"형님, 무슨 일인가요. 아니,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아니, 계속 있어도 똑같아. 벌새한테는 나중에 안부를 전해줘. 안녕, 이제는 오지 않을게. 안녕."

쏙독새는 울면서 자기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짧은 여름밤은 이제 날이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양치잎은 새벽 안개를 빨아들여 푸르고 차갑게 흔들렸습니다. 쏙독새는 끼익끼익끼익 울었습니다. 그리고 둥지속을 깔끔히 정리하고 몸 구석구석 날개나 털을 매끈하게 고른 다음, 둥지에서 날아올랐습니다.

안개가 걷히고 해님이 막 동쪽에서 떠올랐습니다. 쏙독새는 어질어질할 정도로 눈부신 것을 참고 화살과 같이 그쪽으로 날아갔습니다.

"해님, 해님. 부디 저를 당신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타 죽어도 좋아요. 저와 같이 못생긴 몸이라도 탈 때는 작은 빛을 내겠지요. 제발 저를 데리고 가 주셔요."

가도 가도, 해님은 가까워지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점점 작고 멀어지면서 해님이 말했습니다.

"너는 쏙독새로구나. 그렇군. 많이 괴롭겠지. 이 다음에 하늘을 날아 별에게 부탁해 보거라. 너는 낮새가 아니니 말이지."

쏙독새는 인사를 한 번 했다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어질어질해서 결국 들판의 풀밭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마치 꿈을 꾸는 듯 했습니다. 몸이 빨갛고 노란 별 사이로 쑥 치오르거나, 계속 바람에 휩쓸리거나, 또 매가 와서 몸을 붙잡거나 하는 것 같았습니다.

차가운 것이 갑자기 얼굴에 떨어졌습니다. 쏙독새는 눈을 떴습니다. 한 그루의 어린 참억새 잎에서 이슬이 방울져 떨어진 것이겠지요. 이미 한밤이 되어 하늘은 검푸르고 온통 별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쏙독새는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오늘밤도 산불은 새빨갛습니다. 쏙독새는 그 불의 희미한 빛과 차가운 별빛 속을 날아다녔습니다. 그 다음에 또 한 번 날아다녔습니다. 그리고는 결심하고 서쪽 하늘의 저 아름다운 오리온자리를 향해 똑바로 날아가며 소리쳤습니다.

"별님. 서쪽의 푸른 별님. 제발 저를 당신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타 죽어도 좋아요."

오리온은 씩씩한 노래를 부르면서 쏙독새 같은 건 상대해주지 않았습니다. 쏙독새는 울것 같아 비틀비틀 떨어지다가 겨우 버티고 다시 한 번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 나서 남쪽의 큰개자리를 향해 똑바로 날아가며 소리쳤습니다.

"별님. 남쪽의 푸른 별님. 제발 저를 당신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타 죽어도 좋아요."

큰개는 파란색, 보라색, 노랑색으로 아름답고 조급하게 깜박이며 말했습니다.

"바보 같은 소리 마라. 네가 도대체 뭐길래. 기껏해야 새가 아니냐. 너의 날개로 여기까지 오려면 억년 조년 억조년이다." 그리고 다시 딴 쪽을 향했습니다.

쏙독새는 실망해서 비틀비틀 떨어지다가 다시 두 번 날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결심하고 북쪽의 큰곰자리를 향해 똑바로 날아가며 소리쳤습니다.

"북쪽의 푸른 별님, 당신이 있는 곳으로 저를 데려가 주세요."

큰곰자리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아라. 조금 머리를 식히고 오거라. 그럴 때는 빙산이 떠있는 바다속으로 뛰어들거나, 가까운데 바다가 없으면 얼음이 떠있는 컵 안의 물속으로 뛰어들거나 하는 게 제일이다."

쏙독새는 실망해서 비틀비틀 떨어지다가 또 다시 네 번 하늘을 돌았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 동쪽에서 방금 떠오른 은하수 저편에 있는 벼랑의 독수리성운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동쪽의 하얀 별님. 제발 저를 당신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타 죽어도 좋아요."

독수리는 거만하게 말했습니다.

"아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마라. 별이 되려면 그것에 걸맞는 신분이 아니면 안 돼. 또 돈도 꽤 필요하다고."

쏙독새는 이제 완전히 낙심해서 날개를 접고 땅으로 떨어져 갔습니다. 그리고 이제 일 척 밑 지면으로 그 약한 다리가 닿으려고 할 때, 쏙독새는 돌연 봉화와 같이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하늘에 절반쯤 와서 쏙독새는 마치 독수리가 곰을 덮칠 때와 같이 바르르 몸을 떨고 털을 곤두세웠습니다.

끼익끼익끼익끼익끼익하고 크게 소리쳤습니다. 그 목소리는 꼭 매였습니다. 들판이나 숲에서 자고 있던 다른 새들은 모두 눈을 뜨고 바들바들 떨면서 의아하게 별이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쏙독새는 계속해서, 계속해서 똑바로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이제 산불은 담배꽁초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쏙독새는 오르고 또 올라갔습니다.

추위로 숨은 가슴에서 하얗게 얼어붙었습니다. 공기가 옅어졌기 때문에 날개를 정말로 바삐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별의 크기는 아까와 조금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숨 쉬는 게 풀무와 같았습니다. 추위와 서리가 마치 검처럼 쏙독새를 찔렀습니다. 쏙독새의 날개는 완전히 마비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을 들어 다시 한 번 하늘을 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쏙독새의 최후였습니다. 이제 쏙독새는 떨어지고 있는지 올라가고 있는지, 거꾸로 되었는지, 위를 향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단지 기분은 편안한듯, 그 피 묻은 커다란 부리는 옆으로 휘어있었지만 확실히 살짝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잠시 후에 쏙독새는 똑똑히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지금 도깨비불과 같이 파랗게 아름다운 빛이 되어, 조용히 타오르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바로 옆은 카시오페아좌였습니다. 은하수의 파란 빛이 바로 뒤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쏙독새의 별은 계속 타올랐습니다. 언제까지도 언제까지도 계속 타올랐습니다.

지금도 아직 타오르고 있습니다.


  1. 쏙독새는 일본어로 夜鷹, 즉 밤(夜)과 매(鷹)가 합쳐진 단어다. [본문으로]
  2. 6척(=1.81818미터) [본문으로]
posted by 일각여삼추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