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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여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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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2'에 해당되는 글 2

  1. 2014.01.12 다나카 고타로『의묘총』
  2. 2014.01.12 다나카 고타로『벽옥의 고리 장식』
2014. 1. 12. 19:56 일본괴담

義猫の塚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154/files/42272_16440.html


엔슈(遠州)의 오마에자키(御前崎)에 세이린인(西林院)이라고 하는 절이 있었다. 주지는 매우 자비로운 남자였는데, 어느 풍랑이 거센 날, 난파선이 있을까 싶어 밖에 나가보았더니 바로 눈 밑에서 파도 사이로 배의 파편 같은 판자 한 장에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매달려 있는 게 보였다. 주지는 산을 한걸음에 달려 내려가 어부 집에 가서는,

"불쌍하니 구해주시게."

하고 말하며 혼자 힘으로 배를 내려고 하므로 어부도 주지의 진심에 감동해 결국 배를 내어 그 고양이를 구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고양이는 세이린인에서 키우게 됐는데 주지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들으므로 주지도 무척 귀여워했다.

그로부터 십 년이 지났다. 어느 봄날 그곳 불목하니가 툇마루에서 선잠을 자고 있었는데 작게 야옹야옹 하는듯한 이상한 말소리가 들렸다.

"좋은 날씨가 아닌가. 한 번 신궁 참배라도 다녀오는 게 어떻겠나."

"가고는 싶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우리 스님의 몸에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말이지."

"그런가. 넌 스님이 구해주신 은혜가 있었지."

불목하니는 덜컥 눈을 떴지만 툇마루에는 기르던 고양이와 근처 절의 고양이가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그러는 동안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드니 더그매에서 싸움이라도 하는 듯 큰 소리가 났다. 불목하니가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주지는 벌써 일어나 사방등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뭘까요."

"글쎄다."

둘은 사방등 불에 의지해 이곳저곳 돌아다녔지만 그다지 의심스러운 것도 보이지 않아 그날 밤은 그대로 잠들었다. 아침이 되어 주지가 본당에 가보니 더그매에서 선명한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주지는 놀라 단가(檀家)의 젊은이를 오라고 해 같이 더그매에 올라갔다. 더그매에는 기르던 고양이와 근처 절의 고양이가 피에 젖은 채 죽어있었는데, 그 옆에 삼 척 가깝게 큰 쥐가 승려의 법의(法衣)를 뒤집어쓰고 죽어있었다. 

"아."

그때 주지의 머릿속을 스치는 일이 있었다. 그건 수 일 전 난데없이 나타나 체류하고 있던 승려의 일이었다. 주지는 혹시나 싶어 승려의 방에 가보았지만, 그곳에는 깔아두었던 이부자리가 그대로 있을 뿐 승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주지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세이린인에 있는 의묘총(義猫塚)은 두 고양이를 함께 묻은 것이었다.

posted by 일각여삼추
2014. 1. 12. 00:18 일본괴담

碧玉の環飾

원문출처 : http://www.aozora.gr.jp/cards/000154/files/1624_16895.html


당(唐) 대종(代宗) 황제 광덕(広徳) 대의 일이다. 손각(孫恪)이란 젊고 가난한 남자가 있었는데 낙양(洛陽)에 있는 위토지(魏土地)란 곳에 놀러갔다. 놀러갔다고는 하지만 여행을 다니려고 했다기 보다는 유랑(流浪)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이 위토지에는 터줏대감으로 원(袁)이란 성을 가진 호족이 있었다. 손각은 별 목적은 없었지만 그 앞을 지나가다가 그저 호기심에 들여다 보니 문지기는 커녕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푸른 발이 드리워진 작은 방이 있었다. 손각이 그 옆으로 다가가 안쪽을 살피려 하자 안에서 문을 열고 젊고 예쁜 여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손각은 이 여자가 주인집 딸이겠거니 싶어 인사를 하려 하자 여자는 놀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손각이 거북해 멍하니 서 있으니 푸른 옷을 입은 소녀가 나와서,

"무슨 용무로 이곳에 오셨나요."

하고 물었다. 그래서 손각은,

"지나가다 들어온 사람이오. 무례를 범해 미안하오."

하고 멋대로 대문 안으로 들어온 일을 사과했다.

그러자 청의를 입은 소녀는 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처음에 봤던 여자가 소녀를 데리고 나왔다. 손각은 소녀를 향해,

"이 분은 누구신가."

하고 묻자 소녀는,

"원 장관(長官)의 따님으로 이곳 주인이세요."

하고 말했다.

"주인은 이미 결혼을 하셨는가."

하고 손각이 또 묻자,

"아직 결혼은 하지 않으셨어요."

하고 소녀가 대답했다.

그 뒤 여자와 소녀는 같이 들어가더니 곧 소녀에게 다과를 가져오게 하여 건네며

"나그네 마음에 원하는 게 있으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네."

하고 말했다. 이미 여자에게 연모의 마음을 가지고 있던 손각은,

"나는 가난한 나그네로, 학문도 재주도 없는 것에 비해 원 씨는 재산이 많을뿐만 아니라 현명하기까지 하니 감히 바랄 수 없는 일이기는 하나 만약 결혼할 수 있다면 매우 경사스러울 것이오."

하고 결혼신청을 하자 여자는 승낙하고 소녀를 중매인으로 세워 결혼식을 올리는 것과 동시에 손각은 여자 집에 그대로 눌러앉아 데릴사위가 되었다.

그리고 사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손각은 어느 날 친척인 장한운(張閑雲)이란 사람을 떠올리고는 오랜만에 그 집에 갔다. 한운은 손각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더니,

"자네 낯빛이 무척 나쁘군. 이건 분명 요괴한테 홀린 게야."

하고 말하니 손각은 별로 짚이는 데가 없어서,

"그다지 의심스러운 일은 없는걸."

하고 믿지 않았다.

"사람은 천지음양의 기를 받아 혼백을 간직하고 있네. 혹 양이 쇠하고 음이 자라나면 그 빛이 홀연 겉에 드러나지만 본인은 모르지."

하고 한운이 주장해 손각은 원 씨의 데릴사위가 된 일을 말했다. 그러자 한운이,

"그건 이상하군. 속히 떠나게나."

하고 권했지만 손각은,

"그렇지만 원 씨는 재산도 있으면서 현명한 여자인데, 나를 위해 정말 애쓴다네. 그 은혜를 두고 떠날 수는 없어."

하며 그 말을 듣지 않으므로 한운은 화를 내며,

"사악한 요괴의 괴이한 은혜는 은혜라고 하지 않고, 또 거기에 등을 돌린다고 불의라고 하지 않아. 내 집에 보검이 있으니 빌려 주겠네. 그걸 차고 가면 요마(妖魔) 같은 건 천 리 밖으로 도망갈 터이니."

하고 말하고 칼 한 자루를 꺼내 왔다.

손각은 마음속으로 망설이면서도 그 검을 가지고 돌아갔다. 그러자 원 씨는 벌써 그걸 알아채고,

"당신은 원래 가난한 것을 제가 불쌍히 여겨 부부가 되어 정이 날로 깊어졌음에도 그 은의(恩義)를 잊고 저를 버리려고 하는 건 도리에 어긋나는 처사가 아닌가요."

하고 말하며 울었다. 손각은 그 말을 듣고 매우 부끄러웠다.

"이건 나의 본의가 아니라 친척인 장한운이 억지로 시켜 할 수 없이 하려던 거요. 부디 화를 거두어 주시오. 내 다시 딴마음 먹지 않으리다."

하고 눈물을 흘리며 빌었다.

그러자 원 씨는 손각이 갖고 온 검을 손에 들고 젓가락 같이 뚝뚝 부러뜨렸다. 손각은 겁이 나서 달아나려고 했지만 그것도 무서워서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원 씨는 방긋 웃으며 손각의 얼굴을 보고,

"수년간 같이 살며 이런 사이가 됐으니 결코 낭군을 해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

하고 말했다. 손각은 도망치는 것도 무서워 그대로 원 씨의 사위로 남았다. 그 뒤 손각이 장한운을 만나 그날 일을 말하자 한운은 기겁하며,

"그런 괴이한 변고가 있나."

하고 다시는 손각과 만나지 않았다.

이윽고 원 씨는 두 남자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매우 영리해 이십 세가 되지 않은 적부터 자주 집안 일을 도왔다. 그때가 되서야 손각은 관운이 트였는지 당 수도 장안(長安)으로 부임받게 되어 일가 모두 출발했다. 서주(瑞州)란 곳에 닿자 원 씨는 손각을 향해,

"서주 결산사(決山寺)란 절에 친한 스님이 있어요. 동서(東西)로 헤어지고 수십 년이 지났으니 꼭 만나보고 싶어요."

하고 말해 결산사로 가 주지인 노승을 만났지만 노승은 원 씨를 알지 못했다. 원 씨는 다시 품에서 벽옥의 고리 장식을 꺼내 노승 앞에 놓고,

"이건 이 절의 물건이오."

하고 말했지만 노승은 그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때 뜰 저편 수목에 수십 마리의 원숭이가 나와 울어댔다. 그걸 본 원 씨는 무척 슬픈듯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붓을 빌려 벽에 시를 써내려 가더니, 다 쓰자 옆에 있는 두 아이를 안고 하염없이 울다 손각이 있는 쪽을 향해,

"이제부터 영원한 이별이에요."

하고 입었던 옷을 찢어 던지니 불그스름한 얼굴에 둥근 눈의 커다란 늙은 원숭이였다. 그걸 본 모두가 놀라는 동안 늙은 원숭이는 뜰 저편의 큰 나무 위로 뛰어올라 남편과 아이 쪽를 보며 울다가, 이윽고 울창한 푸른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손각은 두 아이를 끌어안고 울며 슬퍼했다.

그다음에 손각은 노승을 향해,

"이것에 대해 뭔가 짐작 가는 데가 있소."

하고 물었다. 노승은 오랫동안 옛날 일을 추념하더니,

"소승이 아직 사미였을 무렵 암컷 원숭이 한 마리를 키웠는데, 어느 날 현종(玄宗) 황제의 칙사 고력사(高力士)가 이 절에 와서 그 원숭이가 민첩한 것을 보고는, 비단을 두고 원숭이를 데려가 현종에게 바쳤소. 현종도 그 원숭이를 무척 아껴 상양궁(上陽宮)에서 키우게 했는데, 안녹산(安禄山)의 난이 일어나 원숭이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고 들었소만 지금 잘 생각해 보니 이 고리 장식은 늘 그 원숭이 목에 끼고 있던 거요."

하고 말했다. 손각은 그걸 듣고는 더욱더 슬퍼져 장안에 가는 걸 중지하고 돌아갔다.



posted by 일각여삼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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